미국에서도 중요한 '좋은 이웃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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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온라인으로 서치 하고(Zillow는 물론이고 동네 분위기, 가까운 공원까지 거리를 보겠다고 구글맵으로 스트리트 뷰까지 얼마나 봤는지 모른다), 미국인 부동산 에이전트와 통화하고 수도 없이 이메일을 주고받고, 은행과 세무서를 오가며 송금까지 한 끝에 계약한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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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에는 물론이고 결혼 후에도 부동산 관련 일은 주로 남편이 담당해 왔기 때문에 내가 손품 발품 팔아 구한 첫 집이었고, 오만 걱정 끝에 입주한 집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어 뿌듯하고 행복했다. 지난 9개월 여를 돌아다녀봐도 우리 동네(정확히 말하면 우리 집이 위치한 드라이브)만큼 깨끗하고 안전한 곳이 드물었고, 도보 5분 거리에는 남들이 굳이 차 타고 놀러 오는 꽤 괜찮은 공원도 있었다. 1층에는 친절한 컨시어지가 3교대로 근무하고, 낡은 집들이 많은 미국치고 집 컨디션도 좋았다. 적응하기 바빠 아직 한 번밖에 못 갔지만, 연습장과 파3를 비롯한 골프장도 코앞에 있고, 대형 쇼핑몰도 가까워 주말이면 아이들과 나가서 밥 먹고 장 보기에 딱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 걸?
‘한국이고 미국이고 가족과 함께 있는 그곳이 집이다’ 생각했지만(그리고 이건 여전히 맞는 말이지만), 이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임을 잊고 있었다. 한국에서도 그 흔한 층간소음의 피해자도, 가해자도 되어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을까? 여기 와서도 집이 꼭대기 층인 데다가 한동안 아랫집이 비어있어 나에게 이웃이란 그저 오다가다 마주치면 인사나 나누는 존재에 불과했다.
한국에 가기 얼마 전, 아랫집에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온다는 비보를 전해 들었는데 사실 그 소식이 비보로 느껴졌던 건 다시 “얘들아, 뛰지 마!!” 시대가 열렸구나 싶어서였지 다른 걱정은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리고 이를 알아차린 건 한국에 다녀온 직후였다. ‘한국에 있다 오니 에어컨은커녕 창문만 열어놔도 시원하다’며 좋아하던 우리 부부는 오래지 않아 수상한 냄새를 맡게 되었다. 그리고 결혼 전 장기 흡연자였던 남편에 다르면 담배 냄새는 아니란다. 맙소사, 새로운 이웃은 마리화나 흡연자였다.
그 후 보름 여간 우리는…
주로 밤에 심한 그 냄새를 피해 저녁이 되면 거실과 온 방의 창문을 닫고, 향초를 사서 피우기도 시작했다. 가끔은 별로 덥지도 않은데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돌리기도 한다. 집주인한테도 얘기해 보고, 컨시어지한테도 얘기해 봤지만, “유감이긴 한데 여기선 그게 합법이라, 쩝쩝… 나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네”와 같은 반응만 돌아왔을 뿐이다.
다행(?)인 건, 11월이면 렌트가 끝난다.
원래 이사하는 것도 힘든데 웬만하면 연장해서 살아야지 했지만, 다음 달부터 가열차게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