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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24. 2023

구해줘 홈즈!

미국에서 집 구하기

출국 준비를 하면서 가장 신경 쓰이는 일 중 하나는 ‘집 구하기’였다. 통상적으로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데 잘못 구하면 어린애들 둘까지 데리고 온 가족이 생고생을 할 텐데 생각만 해도 오싹했다.


일단 에어비앤비를 구하고 2-3주 정도 지내면서 천천히 집을 구하라는 조언도 들었지만, 애들을 데리고 집을 보러 다닐 수도 없고, 그 많은 짐을 들고 왔다 갔다 할 자신도 없었으며, 집을 구해야만 진행되는 일들(ex. 공립학교 등록)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한국에서 계약을 하고 넘어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허나,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우선 미국에는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집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 아파트‘ 외에는 살아본 적도, 고려해 본 적도 없었지만, 미국에는 싱글 하우스, 타운 하우스, 콘도, 아파트처럼 다양한 주거 형태가 존재한다.


이왕 미국에 가는 거 찐 미국인처럼 싱글 하우스에 한 번 살아봐? 싶은 마음이 들었다가도 관리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그 생각이 쏙 들어갔다.


타운 하우스, 콘도, 아파트는 비슷해 보이는데 대체 뭐가 다른 건지,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는 건지 당황스럽고 헷갈렸다.



게다가 LA는 너무 넓었다.


같은 서초구라고 해도 방배동과 반포는 주변 인프라도, 분위기도 다르다. 이건 그 언저리에서 직접 살아봐야만 알 수 있다. 하물며 LA는 어떻겠는가?


넓은 것도 넓은 거지만, 친구의 표현을 빌자면 ‘LA에는 한남동과 대림동이 블록 단위로 붙어있다’. 다시 말해, 블록마다 치안 상태나 분위기가 극명하게 다르다는 이야기다.




천신만고 끝에 학군도 괜찮고, 집의 여러 가지 스펙(연식, 가라지 유무, 내부 등), 동네 인프라와 분위기까지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지만,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했다.


대개 가격과 입주 시점만 맞는 세입자가 나타나면 주인이 오케이를 외치고 계약이 체결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세입자가 apply를 했을 때 집주인이 검토를 하고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아마 전세가 아닌 월세 계약이다 보니 세입자에 대해 더 까다롭게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는 또 하나의 커다란 난관이 있었는데 바로 ‘크레딧(credit)’이 없다는 것. 집주인 입장에선 크레딧이 없는 우리에게 무턱대고 세를 내어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우리를 입증해야 했다.

결과적으로 부부의 계좌 잔고 증명서,  남편 회사에서 발급받은 일종의 재직증명서와 더불어 6개월치 월세를 일시불로 송금해야 했다. 우리는 월세를 떼어먹을 염려가 없는 ‘충분한 잔고와 탄탄한 직장을 가진 믿을만한 사람들’이라는 걸 증명한 셈이다. 이 녹록지 않은 과정을 겪으면서 이민을 간다는 것의 의미, 즉 그간 나름대로 한국 사회에서 다져온 기반을 버리고 새로운 땅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되었다.  




미국 출국을 일주일 여 남긴 시점 가까스로 계약한 집은 여러 모로 만족스럽다. 가까운 곳에 몰과 공원이 있고 안전한 동네와 넓고 깨끗하며 집주인도 나이스한 집. 여러 모로 운이 좋았다. 그야말로 홈 스윗 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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