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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24. 2023

'먹고 산다'는 것

미국에서 살림하기

미국에서의 일상은 단조롭다. 허나, 바쁘다.


밥 해 먹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아이들 라이드를 하다 보면 하루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중에서도 나를 가장 분주하게 만드는 건 ‘밥 해 먹기’다.




‘밥 해 먹기’가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내가 한국에서는 요리를 거의 할 일이 없었던 요알못이라는 점


평일 저녁 식사는 대부분 시터 이모님이 해주셨다. 아이들 밥은 물론이고, 남편 밥까지(나는 대체로 저녁을 간단하게 먹었다). 주말에는 외출해서 사 먹거나 시켜 먹거나 지척에 있는 엄마집에 가서 얻어먹었다. 부끄럽지만 요리는 그야말로 아주 가끔, 식구들의 생일을 기념할 때, 내 기분이 내킬 때나 하는 취미 생활이었다.



둘째, 온 식구의 삼시세끼를 책임져야 한다는 점


애석하게도 시터 이모님도, 엄마도 없는 이곳에서 온 식구의 삼시세끼를 책임지게 되었다. 간단하지만 아이들 점심 도시락도 싸줘야 하고, 남편은 재택 근무를 한다. 여기도 식당이 있고, 배달 앱이 있지만, 한국처럼 음식의 종류가 다양하지도 않을 뿐더러 배달 수수료에 팁까지 하면 비싸도 너무 비싸다.



셋째, 장을 보는 것부터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


요리도 요리지만, 이곳에서는 장 보는 일부터 쉽지가 않다. 밤 11시 전에만 주문하면 새벽같이 배송해 주는 마켓컬리도, 백화점 지하 마트처럼 A to Z 모든 걸 한큐에 해결할 수 있는 곳도 없다. 야채나 과일을 살 때, 고기를 살 때, 생활용품을 살 때, 그리고 한국 음식을 할 때 필요한 재료를 살 때 모두 다른 마트에 가야 한다. 심지어 마트들은 모두 차로 20분 가량 떨어진 거리에 있다.


지금까지 체감상 주 2회 이상, 2개 이상의 마트에서 장을 보는 기분이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파악해서 ‘내일 뭐 먹지?’ 고민하고, 필요한 재료 목록을 만들어서 장을 보러 가고, 각종 재료를 손질해서 어설픈 요리를 만들어낸다. 꽤 많은 시간을 그야말로 ‘먹고사는 데’ 쏟아붓고 있는 나날들이다.


다행히 먹성 좋은 남편과 아이들은 “엄마가 최고다, 엄마는 요리사”라고 추켜세우며, 밥그릇을 싹싹 비우고 덕분에 난 오늘 밤에도 기쁜 마음으로 내일의 메뉴를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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