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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24. 2023

이역만리에서 유령이 될 뻔한 이야기

미국에서 SSN 카드 받기

이민 비자를 받고 들어온 우리는 입국과 동시에

①(임시)영주권을 받고

②SSN이 자동으로 신청되는 시스템이다.


SSN은 Social Security Number의 약자로, 우리나라로 말하면 주민번호 개념의 미국 내에서 SSN이 없는 존재는 유령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네이버 카페에서 ‘신청이 누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입국 후에 반드시 근처 SSA(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에 방문할 것’ 류의 후기를 숱하게 본 우리 부부는 입국 3일 차에 SSA를 방문한다. 그리고 ‘너무 빨리 방문해서 기록을 찾을 수 없다, SSN이 나오는데 통상 2주가 소요되니 그때까지 안 나오거든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입국한 지 열흘이 되던 어느 토요일 오전, 그때까지만 해도 아침저녁으로 우편함을 확인하던 남편 손에 SSN 카드가 들려있었다. 부부의 카드는 제외하고 아이들 카드만 나왔다는 게 문제였지만, 열흘 만에 카드를 받다니! 아이들의 카드가 나왔다는 건 우리 가족의 SSN 신청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는 의미로 보였다. 반갑고 기쁘고 안심이 됐다.


다시 SSA를 방문할 필요는 없고,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아침저녁으로 메일박스를 확인했지만, 부부의 SSN 카드는 12월 중순을 향하도록 도착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입국한 지 거의 한 달만, 아이들의 카드가 나온 지 2주 반 만에  다시 방문한 SSA에서 ‘부부의 신청 내역을 찾을 수 없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담당자의 태연한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충격은 우리 부부만 받은 듯하고 그다지 예외적이고 이상한 케이스는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SSA를 재방문한 그날 우리는 지원서를 작성해서 제출했고, 그로부터 열흘 남짓이 지나고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SSN 카드를 수령함으로써 정착의 관문 중 하나를 무사히 넘었다.




삶은 늘 나의 예상을 뛰어넘고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는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러기에 이런 황당하고 기막힌 일은 정착 후에도 계속되겠지만, 조금은 무지하고 불안한 정착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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