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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24. 2023

내겐 너무 어려운 미국 운전면허

미국에서 운전면허 따기

미국 운전면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15년 전 미국에 왔을 당시, 시골 동네에서 고등학생인 동생과 생활하려면 운전은 필수였다. 그리하여 한국에서 갓 딴 면허를 가지고 미국에 와서 시험을 봤는데 정말이지 간신히 실기, 즉 주행 시험을 무려 네 번 만에 붙은 것이다. ‘Stop 사인에서 너무 짧게 멈춰서’, ‘Stop 사인에서 너무 오래 정차해서’, ‘우회전을 너무 크게 돌아서’ 등 다양한 이유로 떨어졌고, 마지막 기회인 네 번째에 가까스로 패스를 했더랬다.


이후로 십수 년의 운전 경력이 쌓였으니 이번 기회에 트라우마를 극복해 보자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운전면허를 따는 길은 험난했다.  




온라인 필기시험


세월이 좋아져서(?) 필기시험은 집에서 볼 수 있더라. ‘시간이 금’인 애 둘 엄마아빠인 남편과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옵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린 둘 다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 차량관리국)에서 필기시험을 치렀다.


나는 두 차례 떨어지고, 세 번째 시도가 안 돼서 DMV에 갔으니 할 말이 없지만, 남편은 합격 메일을 받고 실기 시험 신청을 하러 DMV 방문했더니 ‘합격 기록이 없다’는 황당한 경우였다. 아, 미국의 행정 시스템이란.  



한국과 미국 사이


운전의 기술적인 부분이야 똑같지만, 크고 작은 룰의 차이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예전에 나를 힘들게 했던 Stop 사인부터 시작해서 비보호 좌회전, 다양한 신호등 체계까지.


무엇보다 자타공인 운전 잘하는 남편이 주행 시험을 -13(-15부터 불합격)이라는 아슬아슬한 점수로 합격하는 걸 보고 바로 연수를 신청했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한국인 아저씨에게 약 4시간의 연수를 받으면서 “운전은 잘하는데 룰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구박받고 갑분 명문대 졸업한 아들 자랑까지 들어야 했지만, 덕분에 -3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한 번에 합격했으니 그것으로 족하다.




성질 급한 사람 숨 넘어가게 만드는 이곳의 행정 처리 속도 때문에 3주가 넘도록 나는 여전히 종이 쪼가리로 된 임시 면허증을 지갑 한 켠에 고이 모시고 다니지만,


그래도 나, 캘리포니아 면허 있는 여자다! 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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