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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Nov 01. 2023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아이에 대한 바람과 꿈

아이에 대한 당신의 바람과 꿈을 쓰시오(Write your hopes and dreams for your child).

간결한 질문이지만 역시 말문이 막혔다.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예체능도 놀이 수준으로 즐기고 있는 유아를 대상으로 더 구체적인 바람과 꿈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꿈'을 물으면 무조건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떠올리고 답하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발상이었을까? 마흔이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찾아 헤매고 고민하는 주제에 아이에 대한 꿈을 논하는 게 모순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자식한테 자기 자신을 투영해 꿈을 강요하고 기대하고, 그 결과를 내 인생의 성패로 여기는 과거 세대 부모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다.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몸도 마음도.


물론 건강은, 특히 신체의 건강은 타고 나는 부분도 크다. 그렇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단 것을 비롯한 간식은 최소로 먹기,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등 엄마로서 내가 건강한 습관을 잡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아이도 평생 자신의 신체적 건강을 위해 스스로 노력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주변에 보면 ‘나는 저질 체력이야’를 마치 자랑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체력이 남들보다 약할 수는 있지만,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까지 계속 그 상태라면 그건 본인의 문제다. 특히 죽으나 사나 책임져야 할 자식이 딸린 부모라면, 무슨 수를 쓰든지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진리다.




마음이 건강하고 행복한 어른이 되기를 바란다.


건강한 마음을 위해 무엇보다 ‘나 자신으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원하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해하고, 그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자꾸 외부에서 채우기 위해 갈구하거나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동시에 관계를 통해 더 큰 행복과 충만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그들과 소소한 일상부터 시작해 다양한 감정과 비전, 꿈을 나누면서 성장하고 성숙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일도 꼭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맨날 놀고먹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성장과 발전, 이를 위한 노력과 성취의 기쁨, 이런 것들이 빠진 삶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르지 않다. 다만, 자신이 사랑하고 잘하고 즐기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었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쉽진 않겠지만, 그러니까 바람과 꿈 아니겠나?).


우리가 맛보는 진정한 기쁨은 일 속에 있다. 놀이나 취미의 세계에서 기쁨을 찾으면 일시적으로는 즐거울지 모르나 진정한 기쁨을 맛보기는 어렵다. … 일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행위…
-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아이야, 그러니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저 행복한 내 똥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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