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 대한 바람과 꿈
아이에 대한 당신의 바람과 꿈을 쓰시오(Write your hopes and dreams for your child).
간결한 질문이지만 역시 말문이 막혔다.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예체능도 놀이 수준으로 즐기고 있는 유아를 대상으로 더 구체적인 바람과 꿈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것도 '꿈'을 물으면 무조건 '무엇이 되고 싶은지'를 떠올리고 답하는 전형적인 한국인의 발상이었을까? 마흔이 다 된 나이에도 여전히 꿈을 찾아 헤매고 고민하는 주제에 아이에 대한 꿈을 논하는 게 모순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자식한테 자기 자신을 투영해 꿈을 강요하고 기대하고, 그 결과를 내 인생의 성패로 여기는 과거 세대 부모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마음도 있었다.
물론 건강은, 특히 신체의 건강은 타고 나는 부분도 크다. 그렇지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단 것을 비롯한 간식은 최소로 먹기, 규칙적으로 식사하기 등 엄마로서 내가 건강한 습관을 잡아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아이도 평생 자신의 신체적 건강을 위해 스스로 노력할 줄 아는 사람으로 자라길 바란다. 주변에 보면 ‘나는 저질 체력이야’를 마치 자랑처럼 떠드는 사람들이 있는데 참 무책임한 말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체력이 남들보다 약할 수는 있지만, 서른이 넘고 마흔이 넘어까지 계속 그 상태라면 그건 본인의 문제다. 특히 죽으나 사나 책임져야 할 자식이 딸린 부모라면, 무슨 수를 쓰든지 체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진리다.
건강한 마음을 위해 무엇보다 ‘나 자신으로 오롯이 존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좋아하고 잘하고 원하는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이해하고, 그런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를. 자꾸 외부에서 채우기 위해 갈구하거나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독립적인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동시에 관계를 통해 더 큰 행복과 충만감을 느꼈으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고, 그들과 소소한 일상부터 시작해 다양한 감정과 비전, 꿈을 나누면서 성장하고 성숙하길 바란다.
사랑하는 일도 꼭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맨날 놀고먹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성장과 발전, 이를 위한 노력과 성취의 기쁨, 이런 것들이 빠진 삶은 앙꼬 없는 찐빵과 다르지 않다. 다만, 자신이 사랑하고 잘하고 즐기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이었으면 더 바랄 나위가 없겠다(쉽진 않겠지만, 그러니까 바람과 꿈 아니겠나?).
우리가 맛보는 진정한 기쁨은 일 속에 있다. 놀이나 취미의 세계에서 기쁨을 찾으면 일시적으로는 즐거울지 모르나 진정한 기쁨을 맛보기는 어렵다. … 일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행위…
- 이나모리 가즈오 <왜 일하는가>
아이야, 그러니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