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택에 살기
때는 엊그제 저녁 7시 반경이었다.
평소처럼 남편은 서재에서 회의를 하고 있었고, 할 일을 일찌감치 마친 아이들은 거실에서 놀고 있었다. Ring* 알람이 울려 휴대폰을 확인하니, 차고 앞쪽에서 움직임이 감지된 상황이었다. 산책하는 행인들 때문에 알람이 자주 울리곤 해서 매번 확인하진 않는데, 그날은 시간 여유가 있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본능적인 촉이 발휘된 건지, 무심코 카메라에 찍힌 영상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그리고 이내 수상한 남자를 발견하게 되었다.
*Ring은 움직임을 감지하면 휴대폰으로 알람을 보내주는 스마트 보안 카메라 시스템이다.
그 남자는 차고 옆 문 앞까지 다가왔다가 다시 돌아가기도 하고, 현관으로 이어지는 계단 밑에서 우리 집을 한참 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기분이었다. 왠지 ‘집 안에 사람이 있다’는 신호를 주고 싶기도 했지만, 동시에 눈이라도 마주칠까 무섭고 오금이 저렸다. 부엌 쪽 블라인드를 서둘러 내리고는 괜히 다이닝룸 근처를 서성였다.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지만, 회의 중인 그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옆집에서 개들이 미친 듯이 짖기 시작했다. 혹시 그 남자가 옆집으로 간 걸까? 잠시 후 맞은편 집에 사는 부부가 옆집으로 들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들도 나처럼 이미 수상한 사람의 존재를 눈치채고 지켜보고 있었던 걸까. 이웃집 아저씨가 집안을 살피고 나오는 동안, 나는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부부는 이내 다시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남편은 회의 중이고, 아이들은 아직 깨어 있는 시간. 그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사실 이 집에 이사 온 뒤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11월에도 옆집에 도둑이 들어, 이웃이 ‘혹시 네 집 카메라에 찍힌 사람 없냐’며 찾아온 적이 있었다. 당시 이웃 남자의 말에 따르면, 도둑이 훔쳐간 건 롤렉스 시계와 총이었다.
우리 동네는 그래도 엘에이 내에서는 꽤 괜찮은 곳이다. 홈리스도 없고, 깨끗하고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집도 마찬가지다. 렌트비는 비싸지만, 1월에 있었던 화재 이후 더 오른 집값을 생각하면 나쁜 선택은 아니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지만, 장점들도 분명한 곳이기에 이 정도면 괜찮다고 생각해 왔다.
그날 이후, 문득문득 창밖을 바라보게 된다.
나의 엘에이 사랑, 주택 사랑은... 계속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