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대로, 그리고 그럼에도

남편 없는 5박 6일을 지나며

by 하우영

남편이 출장을 갔다.

(사실 지금은 이미 오는 비행기 안이다)


결혼 10년 차, 그동안 남편에게 출장이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1박짜리, 2박짜리 출장이 하나둘 생기더니 이번에는 무려 5박 6일 일정이었다.


출장 일정이 잡힌 몇 달 전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나도, 남편도, 한국에 있는 우리 엄마까지. 아마 한국 출장이 아니었다면 우리 엄마, 엘에이로 날아왔을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있는 3일짜리 회의 때문에 가는 출장이라 비행시간과 시차를 고려하면 순수 체류기간은 나흘도 채 되지 않는데 여보, 한국까지 갔는데 하루이틀 더 있다 와’ 소리가 차마 나오지 않더라.

주말 이틀 꼬박 아이들 데리고 무얼 하나? 평일은 또 어쩌지?

아침 먹이고, 도시락 싸서 학교 데려다주고, 하원하고 방과 후 수업 데려갔다가 집에 와서 저녁 먹이고 씻기고. 이 모든 걸 나 혼자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압박으로 다가왔다. 힘들다고 괜히 폭발해서 아이들만 쥐 잡듯 하지 않을까, 두려웠다.

꼭 해야 하는 하는 일만 하자. 청소와 빨래는 최소한으로. 운동 스케줄도 잡지 말자. 나름 단단히 다짐했다.


그런데 또 그게 마음처럼 될 리가 있나.

한창 크는 아이들 밥을 대충 먹일 수도 없고, 빨래는 하루이틀만 미뤄도 산더미처럼 쌓인다. 게다가 수다 떨 남편도 없는데 운동까지 안 하려니 괜히 더 무기력해지는 기분이었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의 걱정과 우려와는 달리, 나는, 아니 아이들을 포함해 우리는, 남편이자 아빠 없는 시간을 나름대로 슬기롭게 보냈다. 그리고 이렇게 또 한 뼘 자랐다는 걸 느낀다.

그렇다고 출장을 더 자주, 길게 가도 좋다는 말은 아니야, 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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