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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ul 29. 2020

친구들아, 버텨줘!

이 시대의 워킹맘들에게 부탁하는 말

삼십 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주변에 워킹맘의 숫자가 늘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워킹맘은 아이가 생기는 그 순간부터 직장과 가정, 본인의 커리어와 육아 사이의 밸런스를 두고 끊임없이 고민한다. (워킹맘만 힘들고 전업맘은 쉽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엄마는 힘들다.) 누구보다 똑똑한 내 친구들, 선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속상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 번도 평균 이하였던 적이 없는 모범생의 길을 걸어온 내 친구들은 임신과 출산, 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커리어의 슬로우 다운 시기를 겪는데 이는 가히 ‘질풍노도의 시기’에 맞먹는 혼돈이다.    


아이를 낳고 복직한 친구는 동기들에 비해 늦은 승진에 박탈감을 느끼지만, 감상에 젖을 틈도 없이 출근 전 등원, 퇴근 후 하원을 도맡아 ‘뺑이 치느라’ 바쁘다. 육아휴직 중인 친구는 복직 후 불 보듯 뻔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라이프’ 속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암담하다. 주변에 도와줄 부모님이라도 있으면 천만다행 lucky 한 케이스. 어린이집 종일반으로도 커버가 안되니 맘카페에는 입주 시터와 하원도우미를 구하는 글이 즐비하다.


워킹맘들의 딜레마는 대체로 이러한 흐름이다.


엄청난 성공을 꿈꾸는 것도, 커리어에 대해 대단한 욕심이 있는 것도 아닌데 애를 기관에 보내거나 남의 손에 맡겨야 하는 것도 속상하다. 평일 낮에는 일을 하고, 주말이나 저녁시간은 아이와 보낼 수 있다면 이상적이겠지만, 그런 조직문화가 아니다. 회사에 안 다니면 모를까 다닌다면 대충 얼렁뚱땅 연차만 쌓는 그런 차장, 부장이 되고 싶진 않다. 그리고 솔직히 회사를 그만두고 싶진 않다, 혹은 그만둘 수는 없다. 경제적인 이슈도 있고, 한 십 년쯤 흐른 뒤에 아이가 엄마 손길을 덜 필요로 할 때쯤, 그래서 내 커리어 매진할 수 있을 때는 매진할 만한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남자들은 군대를 전역하고 여자보다 2년 정도 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한다. 그래서 입사 후 ‘나보다 나이 어린 여자 선배’ 때문에 애를 먹는 남자 신입사원도 드물지 않다. (나이가 뭐 대수냐 싶지만, 한국사회가 어디 그런가)


아무튼 요는, 내 친구들이 ‘커리어의 슬로우 다운’ 시기를 힘들지만 받아들이고 버텨줬으면 좋겠다. 


이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정말 많고, 그 상황과 처지, 마음은 백분 이해하지만, 그래도 우리 세대가 이 고비를 잘 넘겨서 남자들의 군대만큼이나 여자들의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커리어의 슬로우 다운’ 시기를 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만들자.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느라 한동안 감이 좀 떨어질 수도 있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도움을 받거나 민폐를 끼치는 일이 생길 수도 있고, 그래서 고과를 잘 못 받을 수도, 승진에서 누락될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인생에서 중요한 단계인, 임신출산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어! 조금 느리게 가는 시기일 뿐이야! 멈추지 않는다는 게 중요한 거지!’ 이런 뻔뻔하고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유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래야 우리 딸들은 우리처럼 회사에서도 눈치 보고, 아이들에게도 왠지 미안한, 사는 게 너무 빡세고 고달픈데 늘 죄인 같은 느낌이 드는 우리보다 나은 삶을 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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