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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ul 31. 2020

나는 미니멀리스트를 꿈꾼다

최근에 내가 꽂힌 것들 2편

알고 있다.

애 둘에, 게다가 35개월 6개월 영유아 둘을 가진 엄마 주제에 미니멀리스트라니. 언감생심 어불성설이다.




결혼 전까지 흔한 자취경험 한 번 없이 엄마 품 안의 자식이었던 주제에 '나는 깔끔하고 정리를 잘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하는 건 좀 우스울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래도 주장해보건대 난 나름 깔끔한 녀자(였)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교육에 힘입어 샤워 후에는 반드시 샤워부스에 떨어진 머리카락, 드라이하고 방바닥에 널브러진 머리카락을 말끔하게 정리했다. (굉장히 기본적인 매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 역시 깔끔한 사람이다.) 이런 나 때문에 남편은 결혼 전 아무렇지도 않던 머리카락이 이제는 너무 싫다고 한다. 일종의 '머리카락 포비아'가 생긴 셈이다.

소소하게 머리카락을 예로 들었지만, 엄마 집에 십 년째 오고 계신, 이 집 저 집 안 다녀본 집이 없는 청소 이모님도 인정하셨으니 이 정도면 자타공인 아닌가?




아무튼 그런 나는 야심 차게 모던한 인테리어에 미니멀한 살림살이로 신혼살림을 시작했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우리 집은 여느 '아이가 있는 집'으로 서서히 탈바꿈했다. 부피도 크고 무거운 바운서, 쏘서, 국민문짝, 미끄럼틀이 차례차례 들어왔고, 자질구레한 형형색색 장난감은 끝도 없이 늘어났다. 가만히 앉아 집을 둘러보고 있노라면 마음에 안 드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지만, 솔직히 '가만히 앉아 집을 둘러볼' 시간이 없기도 했고, 반은 포기하고 체념한 상태로 그럭저럭 적응이 되어버렸다.

그러다 몇 주 전, 유튜브에서 '신박한 정리'에 나온 신애라 씨 집을 보고 1차 충격을 받고, 며칠 후 엄마에게 건네받은 '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했다'를 읽고 나는 새로운 결심을 했다: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




언제든지 떠날 준비가 된 사람처럼 트렁크 한 개에 넣을 만큼의 소지품만 남기는 식의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꿈꾸는 건 아니다. 솔직히 애둘을 데리고 아무것도 없는 휑한 집 같은 건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까지 하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내가 느낀 건,
1) 생각보다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들을 참 많이 사고 있더라
2) 쓰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고 쟁이고 있는 물건이 꽤 있더라 는 것.

그리하여 나는 지난 보름여 시간 동안 나와 남편 아이의 옷 스무 벌 이상과 수년간 쓰지 않은 주방 살림을 포함한 다양한 잡동사니를 처분했고,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집안 구석구석에서 버릴 것들을 버려가며 차근차근 제대로 된 정리를 할 예정이다. 동시에 소비 관련한 나름 큰 결심도 두 가지 했는데 

1) 화장품은 샘플 다 쓸 때까지 새 제품 사지 않기
2) 옷은 한벌 살 때마다 세벌 이상 버리기 




우리 남편은 최근 들어 말 끝마다 ‘미니멀리즘’ ‘미니멀리스트’ ‘미니멀 라이프’를 주창하는 나 때문에 벌써부터 “이제부터 ‘미니멀’ 금지!”라고 외치지만, 미안 남편. 이제 시작에 불과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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