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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Aug 04. 2020

운동하는 여자입니다

나의 오래된 취미, 필라테스

처음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한 건, 입사 3년 차인 2012년으로 기억한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한 적 있지만, 나의 전 직장은 꽤나 좋은 회사였음에도 입사한 순간부터 난 불평불만이 가득한 못난이 사원이었다. 그치만 그런 불평불만이 꼭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르기만 한 건 아니었던 게 난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원이었다. 언제든지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특기가 빠방한 고스펙 인재이고 싶었던 거겠지? 그럼에도 돌이켜보면 나의 자기계발에는 명확한 목표나 방향이 없었고, 그래서인지 지금 시점에선 결국 그다지 남는 것도 없게 되었다.

이야기가 잠시 샜는데 아무튼 입사 1~2년 차에 나는 무려 7시 반 중국어 수업을 듣고 출근하는 ‘프로 자기계발러’였다. 그러던 나에게 예기치 못한 시련이 닥쳤는데 새로운 부서로 발령이 나면서 출근시간이 7시로 당겨진 것이었다. 더 이상 출근 전에 뭔가를 배운다는 건 불가능해졌고, 대부분의 직장인이 그러하듯 퇴근시간은 예측하기도 어렵고 변수가 많았다.



그리하여 내가 선택한 건 운동, 그중에서도 주 2회 필라테스 레슨이었다. 지금은 많은 연예인들이 “필라테스로 몸매관리를 해요”라고 떠들어서인지 어째서인지 상당히 대중화가 됐지만, 2012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8년 전만 해도 필라테스는 다소 낯선 운동이었다. 정확히 어떤 경로로 필라테스를 선택하게 된 건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덩치도 크고 굉장히 이상하게 생긴 기구들을 보며 당황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필라테스에 매료되었다.

자라면서 자세가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지만, 알고 보니 나는 분절이 안 되는 일자(플랫) 등의 소유자였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긴장하면 목과 어깨가 굳어버리는 탓에 학생 때부터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받지 않으면 두통으로 이어지는 통증을 겪곤 했다. 필라테스를 시작하고 이 모든 게 한순간에 마법처럼 좋아진 건 아니지만, 내 몸에 대해 이해하고, 근육의 움직임에 대한 센서티비티가 발달하면서 정말로 몸에 좋은 자세를 취할 수 있게 되었고, 마사지의 횟수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물론 나는 여전히 마사지를 좋아하고 즐기지만, 더 이상 예전처럼 살기 위해 받는 생존형은 아니다)

중간에 살짝 싫증이 나서 두어 번 일탈을 하기도 했고, 두 번의 임신과 출산을 겪으면서 쉬는 시간을 갖기도 했지만 햇수로 8년째 나는 필라테스를 한다. 남들이 들으면 준강사급 수준일 거라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인 유연성 부족 등의 이유로 그건 절대 아니다. 둘째 출산 후 만 7개월 정도가 지난 나의 몸매도 그닥 ‘운동하는 여자’라고 주장할 상태는 아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나는 운동하는 여자다.
꾸준하고 성실하게 운동하고, 운동의 즐거움도 잘 알고, 훌륭한 몸매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 수준은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그리고 남편도 그리할 것을 요구 혹은 강요하는? (사실 남편 이야기는 쓸 생각이 없었는데 내가 ‘운동’을 주제로 글을 쓰는 걸 보더니 “내 이야기하겠구먼” 하길래 굳이 적어본다. 결혼하고 반강제적으로 주 3회 이상 4년 넘게 꾸준히 운동해서 체지방률 7~8% 떨어지고 역대급 몸매 갖게 된 남자, 내 남편! 남들은 결혼하고 다 살찌던데 결혼 잘했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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