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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Aug 18. 2020

엄마가 될 준비란?

"나는 아직 엄마 될 준비가 안됐다"는 친구들에게

만 서른넷에 애둘맘이 된 나는 peer group 내에서 인생의 진도가 빠른 편이다. 내 친구들 중에는 이제 애가 하나이거나 뱃속에 있거나 아직 신혼기간을 즐기는 중이거나 혹은 미혼인 친구들이 꽤 있다. 친구들은 '애를 낳아야 할지, 낳는다면 몇 명이나 낳아야 할지' 고민하고, '난 아직 엄마(혹은 아빠)가 될 준비가 안 됐어'라고 이야기한다. 


농담 좀 섞어서 난 이미 버린 몸, 즉 애 둘 낳고 자유를 잃은 매인 몸이지만, 요샌 꼭 애를 낳아야 한다거나 심지어 둘 이상을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와 남편은 결혼하기 전부터도 워낙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를 많이 낳자'는 이야기도 했었고, 아이를 안 낳을 거면 굳이 복잡하게 결혼을 왜 하나 생각하는 사람들인 데다가 여러 가지 경제적/상황적 여건이 육아를 하기에 충분했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했지만, 그럼에도 때로는 내 결정이 과연 옳았는지 회의를 느낄 만큼 아이를 낳아서 키운다는 건 솔직히 힘들고 피곤하고 고통스럽고 많은 희생을 요하는 일이다.


이야기가 살짝 샜는데 그래서 나는 요즘 웬만하면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해~ 꼭 해야 하는 게 어디 있어"라고 말해준다. 그렇지만 그런 내가 강하게 그건 아니라고 반박할 때가 있는데 바로 "엄마/아빠가 될 준비가 안 됐어"라는 말을 들을 때이다. 




대체 엄마가 될 준비라는 게 뭘까?


아, 물론 건강상태가 다소 안 좋은 사람이 아이를 갖고 낳아서 키우기 위해 치료를 받거나 운동으로 체력을 향상하는 준비라면 인정! 가계가 불안정해서 1~2년 후로 가족계획을 미루는 것도 오케이!  그렇지만 문제는 대부분 이 "엄마가 될 준비가 안 됐어"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의미하는 게 그런 것보다는 '마음의 준비' '나의 인간적인 성숙도' 등 정신적인 부분이라는 거다.  


굳건한 소신과 신념을 바탕으로 한 성숙한 인간으로 거듭난 후에 아이를 갖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물론 그럴 수 있다면 좋지만, 인간이 살아생전에 그런 상태에 도달할 수 있기는 한가? 그리고 나를 키운 내 부모는 과연 완벽했나? (아, 엄마가 보고 있어서가 아니라 우리 부모님은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다. 완벽한 딸도, 조직 구성원도, 아내도, 며느리도 아니면서 왜 엄마로서는 완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이를 처음 낳아 고군분투하던 당시 나에게 가장 큰 위안이 되어 준 말은 누가 뭐래도 아이에겐 '내 엄마'가 가장 완전한 엄마인 것이다라는 임경선 작가의 어느 책 속 대목이었다. 엄마는 완벽할 수도 없지만, 완벽할 필요도 없다. 그러니까 결국 완벽한 엄마가 되기 위한 준비 역시 불필요하다.  




사실 이렇게 글을 쓰며 잘난 척 하지만, 나 역시 엄마로서 나 자신의 자질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고, 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하는 걸 늘 아쉬워한다. 아주 작은 일에도 일희일비하고, 하루에도 수차례 화를 내고 돌아서서 후회하며 자책하는 일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나는 내가 아무리 모자라도 우리 아이들에게는 가장 완전한 엄마라는 사실을 되새기면서 그렇게 오늘 하루도 엄마로서 한뼘 더 자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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