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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Aug 27. 2020

동생인 듯, 동생 아닌, 동생 같은 너

나에게 내 동생은 어떤 존재일까?

나에게는 두 살 차이 나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 심지어 동생이 빠른 생일로 학교를 빨리 들어간 탓에 우리는 연년생처럼 자랐다. 예나 지금이나 나의 형제관계를 들은 사람들의 첫 번째 반응은 “친구 같겠다!”로 한결같다. 여기에 대한 나의 답은 "Yes or No", 즉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사실 자랄 때 우리는 딱히 친구 같은 자매는 아니었다. 


집에서는 같이 인형놀이를 하고, 친구 생일파티에는 항상 내 동생을 달고 다녔지만(딱히 싫다고 떼쓴 기억은 없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어린 내게 그다지 즐겁고 유쾌한 일만은 아니었을 듯), 다른 자매들처럼 니꺼 내꺼 하면서 육탄전을 벌이는 일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어린 시절 우리는 사이가 나쁘지 않은 자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뒤에 반전이 있으니 여기까지 읽은 소심한 내 동생이 삐지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런 우리의 사이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일단 우리는 여러 모로 굉장히 달랐다. 뿐만 아니라, 나에게는 나와 비슷한 성향과 기질을 가진, 게다가 여자 형제가 없어서 큰 딸인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하는 엄마가 있었다. 두 살 어린 여동생보다 나를 나보다 더 잘 이해해주는 엄마가 더 친구처럼 느껴졌다. 


동생이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욕심도 많고, 지는 걸 죽기보다 싫어하고, 예민하고 까칠한 나는 걱정 없고 편안하고 세상만사 태평한 동생이 이해도 안 되고 답답했다. 아직까지도 엄마가 '우리 자매가 얼마나 다르냐면'의 예로 드는 에피소드가 있다. 유치원에서 무슨 대회를 했는데 나는 금상을 놓치고 은상을 탔다고 죽상을 하고 온 반면, 그 뒤를 따라 들어오는 내 동생은 동상을 들고 룰루랄라였다고. 정말 어릴 때는 '쟤는 왜 저래? 왜 저렇게 한심하고 답답해'가 대부분이었다면, 솔직히 나이가 들면서 내 안에는 그런 동생의 성격에 대한 부러움이 커지고 있다. 




아무튼 이런 우리의 사이가 달라진 건,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어학연수를 가면서 미국 유학 중이던 동생과 둘이 살면서부터였다. 


동생이 이미 2년 정도 살았던 지역이긴 했지만, 이역만리 타지에서 방 2개짜리 아파트를 빌려 둘이 생활을 하면서 우리는 정말 끈끈해졌다. 아침저녁으로 동생 라이드도 하고, 점심에 먹을 샌드위치도 싸주면서 나름의 보호자 역할을 하다 보니 진짜 '엄마 마음'을 갖게 되었다. 저녁마다 동네 공원을 운동 삼아 돌면서 서로 안 하는 이야기가 없었고, 주말에는 사이좋게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좋아하는 아이스크림도 골라 먹었다. 주일에는 성당도 꼬박꼬박 나갔고, 봄방학 때는 용감하게 멕시코 여행을 가보기도 했다. 그렇게 찐한 일 년을 보내고 나니 그 전에는 없던 둘만의 비밀이 생기기도 하더라. 


각자의 가정을 꾸린 지 어느덧 4년이 넘은 지금, 우리는 일 얘기, 남편 얘기, 시댁 얘기, 친구를 비롯한 인간관계 얘기 주제를 막론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시시콜콜한 서로의 일상을 공유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누군가 나에게 "동생이 친구 같냐?"라고 물으면, 내 대답은 "Yes or No"일 것 같다. 키는 중학생 때 진작 나만큼 컸고, 7년 여의 유학생활로 나보다 독립적이고 단단한 멘탈을 가진 것도 알겠고, 생각보다 사회생활도 너무나 잘해 자랑스러우며, 아직까지 아이가 없다 보니 나의 든든한 육아군단 중 하나로 맹활약 중이지만. 그럼에도 나에겐 여전히 아기 같이 귀엽기도 하고, 돌봐줘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며, 힘든 일을 겪고 있으면 안쓰럽고 속상한 '동생'같은 동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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