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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Sep 09. 2020

코로나가 무서운 진짜 이유

다른 사람을 미워하고 싶진 않지만

코로나로 인해 당연하게 누리던 일상이 무너진 지 반년이 넘었다.


외식이나 해외여행은 말할 것도 없고 마스크 없는 외출, 가벼운 산책, 카페에 앉아 커피 마시기 같은 아무것도 아닌 행위(Nothing)가 어떤 것(Something)이 되어버렸다. 영유아 자녀가 둘인 나는 솔직히 나 하나 아픈 건 그다지 안 무서운데 혹시나 아이들이 아프면 어쩌나, 어른들이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는 순간 아이들을 어떻게 되나 생각하는 순간,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래서 정말이지 조심, 또 조심 최대한 몸을 사리는 나날이다.


아이 둘, 특히 갓 세 돌이 지난 에너지 덩어리 첫째를 데리고 집콕을 하는 건 숨 막히게 답답하고 힘든 일이다. 그리고 이 시간이 길어질수록 육체적,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고 지치는 게 사실이다. 아이들이 기관(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도 안 가는 데다 외출과 외식마저 어려워 아이들 돌보랴, 살림하며 삼시세끼 챙겨 먹이랴, 워킹맘이나 전업맘 모두 고군분투 중이며, 오죽하면 휴가를 내다 못해 휴직하고, 사태가 나아지지 않아 결국 퇴사까지 하는 엄마들도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코로나가 무서운 건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을 미워하는 마음을 갖게 해서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엘리베이터를 탈 때 최대한 다른 사람과 거리를 두게 되고, 누가 조금만 가까이 다가와도 불편하다 못해 불쾌함을 느낀다. 타인의 손길이 닿았을 법한 문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버튼 같은 것들은 가능한 만지지 않으려 애쓴다. 마스크를 안 하거나 턱까지 내려쓴 사람을 보면 경멸하는 눈빛을 쏘고, 누가 큰 소리로 재채기라도 하게 되면 혐오스러운 감정이 든다.


뿐만 아니다. TV 속에 나오는 연예인들이 마스크를 안 쓰고 노닥거리는 모습도 꼴 보기 싫고, SNS에서 보이는 인플루언서들의 여행과 외식 사진에 분노가 치민다. 결혼을 안 하거나 애가 없는 지인들의 코로나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자유로운 생활 역시 불편하게 느껴진다. (내가 싱글이었던 시절 지나간 메르스가 별스럽지 않게 기억되는 걸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인데 말이다)  




모두가 애엄마인 나처럼 숨죽이고 살 수는 없다는 걸 머리로는 잘 알고 있다. 나라 경제를 위해서도 그건 안 되는 일이겠지. 그렇지만 자꾸 화가 나고 억울한 마음이 든다. 사람들이 밉고 원망스럽고, 이런 마음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 기분이다. 이러다간 내 안에 있는 타인에 대한 애정과 관심, 인류애와 측은지심이 다 메말라 버릴 것만 같아서, 그래서 나는 코로나가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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