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번째 명품가방
지난주에 몇 번 에코백을 들고 출근하는 나를 보며 남편이 “가방 사달라고 항의하는 건가?”라고 하길래 어제는 귀찮지만 가방을 바꿔 들고 출근하기로 했다. 아마 많은 여성분들이 동의하겠지만 옷장에 가방이 아무리 여러 개 있어도 가방을 바꾸는 건 생각보다 번거롭고, 때문에 한번 든 가방은 보통 몇 날 며칠 들게 된다.
아무튼 어제 옷장을 열고 ‘무슨 가방을 들까?’ 고민하다 집어 든 가방은 바로 이것!
이 가방으로 말하면 ‘나의 첫 번째 명품가방’으로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물건이다. 아마도 2009년으로 기억하는데 졸업을 앞두고 인턴을 하고 받은 월급으로 지른 것. 첫 명품가방인 만큼 어찌나 심사숙고해서 신중하게 골랐는지 굉장히 여러 사람에게 ‘가방 예쁘다’는 피드백을 듣고 뿌듯해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가격이 150만 원 정도였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꼬꼬마 학생 주제에 엄마도 몇 개 안 가지고 있던 명품가방을 산 나의 과감한 결심도 귀엽고(?), 생활비 한 푼 보태지도 않으면서 명품가방을 사겠다는 딸을 적극 지지하며 함께 가방을 보러 다녀준 엄마의 하해와 같은 마음에 감사하고, 십여 년 사이 훌쩍 뛴 물가가 놀랍다.
아무튼 이 가방을 시작으로 이듬해 취업을 하면서부터 결혼 전까지 나는 한해에 두 세 개꼴로 심심치 않게 가방을 사들였고, 덕분에 어떤 가방이 실용적인지 혹은 두고두고 잘 들게 되고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은지 등에 대한 나름의 안목도 생겼을 뿐 아니라, 가방에 대한 물욕도 (거의) 사라지게 되었다.
한 가지 안타까운 건 언제든지 와이프에게 좋은 가방을 사 줄 마음과 돈의 준비가 된 남편에게 기회를 많이 주지 못했다는 것뿐? ㅋㅋㅋㅋㅋ 걱정 마, 여보! 백세시대잖아?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