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똥 육아 철학
세월이 참 야속할 만큼 빠르게도 흘러 첫째가 어느덧 5세를 앞두고 있다. 1~2년만 지나도 지금의 고민은 우습겠지만 또 아이를 키워본 엄빠들, 특히 엄마들은 공감할 것이다. 5세는 엄마들이 (사)교육 시작을 놓고 시험에 드는 첫 번째 관문 같은 시기이다.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던 친구들이 내년에는 유치원(그중에서도 일유와 영유)으로 하나 둘 빠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주변 친구들이 한글을 떼고 알파벳을 읽고 쓰는 모습, 각종 방과 후 수업들(예체능 포함)을 접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슬슬 교육이란 걸 시작해야 할 때인가?’ 무지하고 소심한 초보 엄마의 고민이 시작된다.
난생처음 유아교육전(일명 유교전)에 가서 전집과 교구들도 기웃거리고, 각종 방문 수업도 알아보고 상담을 신청하면서도 사실 난 문득문득 내가 뭘 하는 건지, 이게 맞는 건지, 어디로 가야 하는 건지 여전히 잘 모르겠다.
이러다 아이까지 껴안고 표류하지 싶어 지금 시점에서 내 마음과 가치관 같은 것들을 한 번쯤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 자체가 오버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마치 아이가 내가 키우는 대로 자라고, 아이에게 내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리라고 생각하는 건데 일종의 오만이지 않을까? 사실 아이가 이미 가지고 태어난 기질이라는 것도 있고, 나 외에 다른 가족, 시터 이모, 선생님과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하는 건데 말이다.)
Anyway, 어떤 마음으로 육아, 그리고 교육에 임할 것인가?
우선, 영어유치원을 비롯한 각종 사교육을 선택하는 부모들의 말처럼 나 역시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 부모로서 가능한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 계속 노력하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이 본인이 뭘 좋아하는지 끊임없이 탐색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역량을 갖게 하기, 그리고 이를 좇을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돕기’ 임을 명심하고, 항상 ‘넘치지 않을 것’에 유의한다. 나는 경제적인 여건과 한 학년 차이의 동생이 있는 관계로 사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살면서 당시 친구들은 배우고 나는 못 배웠던 태권도, 발레, 주산, 웅변 같은 것들이 아쉬웠던 적은 없었다. (솔직히 외국어, 특히 영어는 아쉽고 이건 계속 고민 중인데 월 200만 원씩 들여서 영어유치원을 보낼 일인지는...)
무엇보다 난 우리 아이들이 심신이 건강한 사람으로 자랐으면 좋겠다. 신체의 건강은 지금처럼 앞으로도 계속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면서 커줬으면 하는 바람이고, 이보다 어려운 건 마음의 건강이다. 개뿔도 없으면서 자존심만 부리거나 ‘천상천하 유아독존 내가 제일 잘났소’와는 다른 높은 자존감을 가진, 즉 ‘나는 나 자체로 소중하고 귀하며, 부족한 점도 있지만 장점과 재능도 많은 사람’이라는 걸 아는 사람으로 자라기를 바란다. 또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고 아끼고 포용할 줄 알고,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많이 안아주면서 사랑을 표현하고, 자주 기분이나 감정을 묻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화를 하면서.
나는 동네 엄마들과 네트워크를 쌓으면서 엄청난 정보력으로 무장하거나 아이 교육을 위해 나 자신을 내려놓고 전력투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럴 마음도 없지만, 아직은 온전히 나로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은지라 시간도 없다. 또 나는 아이에게는 엄마가 시켜주는 학습지나 학원보다 엄마 아빠가 보여주는 삶의 태도, 다시 말해 얼마나 내 삶을 사랑하고 아끼는지,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살고 더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 차례 갈대처럼 흔들리는 초보 엄마의 마음이지만, 하나하나 나만의 원칙과 신념을 세우면서 같이 성장하고 싶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들은 내가 키우는 대로 오롯이 나 혼자 키우는 것도 아니니까 착각하지 말고 마음의 부담감도 좀 버리고. 아이들이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도 엄마인 나와 서로 사랑하며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하고 존중받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