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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10. 2021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

나의 개똥 결혼 철학 

어떤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 배우자는 어떤 기준으로 골라야 할까? 

한 번쯤 써보고 싶은 주제였는데 최근 여자 친구와 헤어졌다는 시동생과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이다' 싶어 날 잡고 끄적여본다.




사실 남편은 내 이상형이 아니었다. (여보 미안, 그치만 과거형이야♥) 

대학에서 같은 동아리를 했던 우리가 졸업하고 한참이 지난 후에 사귀기 시작하고 결혼까지 발표했을 때, mutual인 한 오빠가 "하우영, 너 그런 취향이었어? 난 네가 되게 차가운 도시남자 스타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오빠, 나 그런 스타일 좋아했..."


아무튼 남편은 이상형은커녕, 어린 시절의 내가 '절대 안 돼'라고 했던 세 가지 덕목을 고루 갖춘 3不남에 해당한다: 연하남, 지방남, 개룡남


이런 우리가 결혼까지 한 데에도 스토리가 길지만 요약하자면,

내가 한창 남자, 관계, 나 자신에 대한 회의에 젖어 있던 때 남편이 적극적으로 구애를 했고, 8년 이상 보면서 남편이 똑똑하고 열심히 사는 청년이며 좋은 인간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관계를 시작했으며, 알면 알수록 괜찮은 남자라 여기까지 왔다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결혼까지 결심할 수 있었던 남편의 가장 중요한 핵심역량은 바로 '갈등 해결 능력'이었다.


살면서, 특히 신혼 때는 지방남(게다가 그 지방이 경상도, 대구라면 말 다했지 않는가?)이자 개룡남이라는 점이 더러 내 발목을 잡고 머리를 쥐어 뜯게 했지만, 그때마다 남편은 본인의 핵심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했다. 그리고 해가 바뀌고, 둘에서 시작한 가족이 넷이 되는 오늘날까지 그의 '갈등 해결 능력'은 점점 더 빛을 발하는 중이다. 결혼을 한 사람들, 특히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결혼은 현실이다'. 서로 정갈하고 단정한 모습만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즐겁고 재밌는 일들만 함께 하고 좋은 감정만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열에 아홉 커플 정도는 연애할 때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후에 싸울 일이 오백 배쯤 많다.


그리하여 현재까지 만 4년 7개월 여를 사는 동안 대체로 난 '역시 내가 남편을 잘 골랐군' 스스로의 안목을 자화자찬하고 있다. 이 외에 내가 꼽는 남편의 장점은,

- 열정과 집념의 아이콘으로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늘 애쓴다는 점,

- 강한 멘탈로 힘든 상황에서도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는 점,

- 뛰어난 학습능력+의지가 있어서 좋다고 생각하면 빠르게 습득한다는 점,

- 언제나 나를 위하고 맞춰주고 도와주고 뭐든 해주려는 '태도'가 좋다는 점 등이 있는데

결혼할 사람을 찾는 사람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모든 장점과 단점은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열정과 집념으로 나를 괴롭힐 수도 있다? ㅋㅋ


아무튼 별생각 없었는데 근래 들어 생각한 건, 부부가 비슷한 성향과 취미를 가지고 있는 것 역시 일종의 축복이라는 거다. 우리 부부의 경우, 친구 사이일 때부터 종종 드라마를 주제로 수다를 떨었는데(아직도 기억난다, 그사세!! one of my favorites!) 아이들이 어려서 못 나가고, 코로나 때문에 아예 두문불출 집콕을 하는 시국이 되니 그게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같이 넷플릭스 뽀개는 취미를 공유하지 않았다면 삶이 3분의 1배 정도는 지루해지지 않았을까?




오늘은 남편이 첫째 재우기 담당인데 아무래도 잠이 든 모양이다. 이제 브런치를 업로드하고 깨워서 넷플릭스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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