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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Dec 28. 2020

2020년 연말정산

지난 한 해, 나는 무엇을 했고 얼마나 성장했을까요?

2013년부터였나?

1년 동안 신용카드를 얼마나 썼나, 기부를 얼마나 했나 등을 정리하는 연말정산과 함께 나만의 연말정산을 하기 시작했다. 대단히 체계적으로 하거나 한 해도 빠짐없이 한 건 아니고, 특히 휴직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못한 적도 있다. 처음 나만의 연말정산을 한 건, 3~4년 차 사원 시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회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된 듯하고, 나름 내 몫, 즉 월급값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구성원으로서 조직이 굴러가는 데 기여하는 것 외에 나는 뭘 하면서 살고 있지? 지난 1년간 나는 과연 개인으로서 성장을 했는가?' 아마 이런 류의 기분이 들어서 시작했던 것 같다.




아무튼 연말정산의 기원은 그러하고, 2020년은 나에게 어떤 한 해였는지 정리해 보려고 한다.


먼저, 2020년의 가장 큰 이벤트는 두말할 나위 없이 둘째의 탄생이다. 첫째 때에 비해 임신 초기부터 이벤트가 많았던 둘째는 2019년만 넘겨달라는 기도를 들었는지 거의 2020년이 시작되자마자 태어났다. 여전히 나의 아픈 손가락이자 눈물샘이지만 예쁘고 건강하게 자라주고 있음에 감사한다.


다음은 일(work): 커리어 재개, 그 자체로 완벽!

근 4년 만에 일을 다시 시작했고, 작은 회사에서 주 3일씩 7개월 근무하다가 이달 초부터 새로운 조직에 합류했다. 브런치에도 여러 번 썼지만, 일이 이렇게 재밌고 신날 수 있다는 것, 내가 이렇게 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2020년은 대단한 한 해이지 않은가?


세 번째는 운동: 외부적인 요인으로 Not good! 총 55회(3~12월), 약 6회/월

스스로 '운동하는 여자'라고 말했던 것처럼 2012년부터 8년 이상 임신 초기와 출산 직후를 제외하고 운동을 쉬어본 적이 없다. 이번에도 출산 후 두 달 여만에 필라테스를 재개했으나, 코로나가 변수였다. 운동을 할만하면 첫째 가정보육을 해야 했고, 다시 하려고 하면 거리두기 단계 격상으로 센터 문이 닫히고. 그 가운데에도 따져보니 총 55회 레슨을 받긴 했지만, 운동은 안 하면서 야식과 맥주를 즐기다 보니 출산 후 2kg이 뱃살과 함께 자리를 잡아가려고 한다. 부디 내년에는 운동을 재개하여 지방을 떨칠 수 있기를!


네 번째는 독서: Not good! 총 18권 완독

애가 둘이 되었고, 일을 다시 시작해서 시간이 없었다, 는 좋은 핑계가 있다. 하지만 이는 핑계라는 걸 나 자신은 알고 있다. 그래도 리스트를 돌아보니, 재밌는 책(이도우 작가님의 연애소설), 좋았던 육아서(엄마표 영어 17년 보고서, 엄마심리수업), 기억에 남는 레슨을 남긴 책(메이크 타임, 규칙 없음), 그리고 나의 새로운 관심사를 잘 보여주는 책(창업가의 일, 스타트업 바이블)들로 가득 차 있으니 의미 있다.


마지막은 대망의 글쓰기: Couldn't be better! 브런치 포스팅 총 21개

개인적으로 굉장히 뿌듯한 항목이다. 2018년 12월을 시작으로 13개 포스팅을 올리고, 둘째 임신과 함께 개점휴업 상태인 브런치였다. 솔직히 ('좋아요'와 구독에 일희일비하긴 싫지만, 아예 관심 없다면 일기장에 썼겠지?) 누가 읽는지도 모르겠고, 글은 써도 써도 안 써지고, 쓴다고 느는지는 더더욱 모르겠고. 다시 브런치를 시작한 건 '기록의 쓸모'라는 책을 읽은 후였다. 이런 말 하긴 뭣하지만, 베스트셀러라는 책이 너무 별로라서, 특별한 내용도 없고 글도 잘 쓰는지 모르겠는데 베스트셀러가 됐길래 그렇다면 나도 일단 써보자 싶어 졌다. 뭐든지 쓰면 남는 게 있겠지, 적어도 내가 나중에 '그땐 이런 생각을 했구나' 반추하는 데 도움이라도 되겠지. 그렇게 7월에 가까스로 재개한 나의 브런치에는 지금 이 글을 포함해 반년 동안 21개의 글이 올라갔다.




이십 대 후반 나의 연말정산에는 국내외 여행을 몇 번이나 다녀왔는지, 영화는 몇 편이나 봤는지, 전시회나 콘서트, 뮤지컬은 몇 차례나 관람했는지 등 화려한 리스트가 즐비했다. 코로나 때문에 더 심하게 집콕을 해야 했던 것도 있지만, 2020년 연말정산 내역에는 어린 시절 내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문화생활이 전멸 수준이다. 그렇지만 어쩐지 올 한 해가 더 근사하고 내실 있어 보이는 건, 자기 위안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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