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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25. 2021

스타트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스타트업 루키가 꼽은 스타트업의 매력 

지난 12월부터 초기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다.


약 2개월 전에 합류한 스타트업계의 비기너 혹은 루키로서, 일하는 재미에 흠뻑 빠져서 하루가 멀다 하고 (나름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남편에게 "재밌어 죽는구먼, 좋아 죽어" 놀림받는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았다: 스타트업의 매력은 무엇인가?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에 앞서 간단히 나의 경력을 돌아보면,

학부 졸업 후 대기업에서 6년 반 정도 근무,

퇴사 후 4년의 공백기를 거치며 두 번의 임신과 출산, 육아를 경험,

지난해 4월 1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중소기업에 재취업하여 7개월 근무,

그리고 현재 초기 스타트업의 세 번째 멤버로 합류해 약 두 달째 신나게 일하는 중이다.




다시 말해, 10년 동안 크고 작은 규모의 회사에서 다채로운 경험을 한 셈인데 내가 꼽은 스타트업의 세 가지 매력은,   


일의 의미를 쉽게 느낄 수 있다

대기업을 다닐 때 문득문득 나 자신이 굉장히 작고 하찮은 부속품처럼 느껴지곤 했다. 스스로 언제든지 대체 가능한 인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내가 하는 일이 이 회사 전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르겠고. 당시에는 나름대로 '내가 운영하는 정책 덕분에 매출이 1원이라도 오르면 되는 거지' '내가 모시는 분이 좋은 의사결정을 하신다면 궁극적으로 회사에 득이지' 이런 식으로 되든 말든 의미를 부여해가며 존버 했지만, 지나고 나니 솔직히 허탈하다.


스타트업에 합류할 때 나는 '모든 부모의 자신감 있는 육아를 돕는다'는 회사의 비전에 공감했고, 우리가 하는 일들이 실제로 도움이 되리라고 의심치 않으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렇다. 일의 의미는 억지로 갖다 붙인다고 될 일은 아니었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열정과 몰입도가 높다

솔직히 4년의 공백 후 복귀한 회사에서도 나는 열정이 뿜뿜했었다. 머릿속이 내가 맡은 프로그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어떻게 하면 잘 팔지? 새로운 채널은 없나? 어떤 마케팅이 먹힐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그렇지만 칼퇴가 중요하고, 퇴근 후에는 완벽하게 업무를 잊어야 워라밸이 좋은 거라고 굳게 믿고, 굳이 아이디어를 냈다가 내 일이 될까 두려워하는 사람들 틈에서 열정은 사그라들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닌다고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몰입해서 일하는 것도 아니다. 나 역시 무능하거나 인격적으로 미성숙한 상사를 욕하고, 위계와 절차만 강조하는 융통성 없는 시스템을 갑갑해하고, 그저 따분하게 루틴한 업무를 지루해하는 월급충이었다. 돌아보면 정말 뭔가 해보고 싶은 상사나 동료였다면 나 같은 존재 때문에 진짜 힘 빠지지 않았을까?   


성취감이 남다르다

아무래도 스타트업은 모든 일이 빨리 진행된다. 어떤 아이디어를 내고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고 그로 인한 아웃풋을 확인하기까지 말 그대로 일사천리다.


작은 거 하나 바꾸거나 도입하려고 해도 보고서 쓰고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고 부서장 결재, 경리부서 합의, 그룹장 결재, 팀장 결재까지 갈 길이 구만리인 대기업이나 몇몇 올드 멤버들의 '그거 해봤는데 실패했어. 이 업에서 그 방법은 안 통해.' 관성과 반대에 부딪혀 아예 시작이 안 되는 중소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니다.


어찌 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실 난 극도의 위험회피/안정지향 성향의 인간이다. 그래서 스타트업에 속한 내 모습이 낯설고 신기하고 얼떨떨하지만 나쁘진 않다. 아니, 좋다. 금요일 퇴근시간만 기다리는 모습보다 내일 출근할 생각에 설레는 모습, 스타트업만큼 나도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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