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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Feb 26. 2021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것들

이것은 Family ritual인가, 나의 버킷리스트인가? 

엄마, 아빠, 여동생, 나. 나의 원가족(원가족이라는 표현이 좀 딱딱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다른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은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화목한 편이다. 어렸을 때도 그랬고, 나와 여동생이 모두 결혼한 지금도 마찬가지다. 서로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많고 참견하기를 좋아하며, 엄마 아빠가 우리를 혼내는 일도, 우리가 반항하는 일도, 서로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는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있으면 늘 즐거웠다. 오죽하면 ‘사람들은 대체 왜 개콘 같은 걸 보는 거지?’ 생각한 적도 있을 만큼 가족끼리 낄낄거리고 떠드는 시간이 재밌었다.


내가 대학생이 될 무렵부터 가계 상황이 나아지면서(?) 가족끼리 해외여행도 꽤 많이 다니긴 했지만, 더 어린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는 ‘그저 집에서 뒹굴뒹굴 삐대면서 시시덕거렸던 것’ 말고 특별한 기억이 없다. 물론 내가 기억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라서 더 그럴 수도 있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엄마는 '돈이 없었는데 어떡해' 하겠지만. 그게 꼭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렇게 누워서 시시덕거리는 시간은 우리가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고, 그러면서 우리는 정말 많은 대화를 했고, 비교적 서로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되었고, 덕분에 나와 여동생의 사춘기나 엄마 아빠의 갱년기도 잘 지나갈 수 있었던 걸 테지.




그럼에도 마음 한 켠에 아쉬움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서? 결혼 전부터 나는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면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family ritual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뭐 대단한 게 아니라, 예를 들면 '우리 가족의 일요일 아침 메뉴는 American breakfast야', '우리는 매해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마다 가족사진을 찍어' 같은 소소한 의식 혹은 루틴 말이다.

하지만 결혼하고 만 4년 8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 우리 집에 그런 건 없다. 길지 않은 시간 동안 42개월 아들, 13개월 딸을 낳아서 키우고, 부부가 각자 커리어를 꾸리느라 바빴기 때문일 수도 있고, 나나 남편이 둘 다 노잼 모범생 스타일이라 그럴 수도 있고. 이제 둘째가 돌도 지났겠다, 구정도 지났으니 본격적인 새해겠다(원래 새해는 구정부터죠? 근데 구정 지난 게 대체 언제?), 몇 가지 family ritual을 구상해보려 한다.   


- 아침은 스트레칭으로 시작하기


이런 것도 family ritual에 포함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아무렴 어떤가? 내가 정하는 우리 가족 ritual인데. 최근에 필라테스 레슨을 하는 중에 스트레칭이 너무 힘든 나 자신을 보며 '아이들에게 어릴 때부터 꾸준히 스트레칭하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매일 아침 7시도 전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들이니 다 같이 스트레칭을 해보자, 쭈욱 쭉!   


- 결혼기념일에 가족사진 남기기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카메라만 들이대면 표정이 굳는 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수록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물론 사진만 남는 건 아니다. 그래도 하루하루, 한 달 두 달, 일 년 이년, 우리들이 나이 들어가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남겨두는 건 분명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상 속에서도 자주 사진과 영상을 찍되, 매해 결혼기념일에는 가족사진을 남기겠다. 다가오는 6월, 5주년 결혼기념일부터 시작이다! (보고 있나, 남편?)   


- 아이 생일에는 기부를


주원이가 태어난 이후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이다. 매월 하는 소액의 기부 말고, 약간의 목돈을 기부하면서 아이의 생일을 기념한다. 지금까지는 초록어린이재단에 국내 아동 후원을 선택해서 해왔다. 아이가 우리에게 와주고, 건강하게 태어나서 잘 자라고 있는 것에 감사하며, 주원이와 다민이도 감사할 줄 아는 아이들로 자라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지금은 그냥 우리 부부가 하고 말지만, 아이들이 좀 더 크면 함께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어디에 기부하고 싶은지도 상의해서 결정하면 좋겠다.




이 외에도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일은 참 많다. '일요일 아침은 아빠가 요리사', '매월 가까운 곳으로 짧은 여행 가기', '정기적으로 문화생활(뮤지컬, 연극, 전시회 등) 함께 하기', '서로의 생일에는 꼭 편지를 주고받기' 등. 적다 보니 '내가 이렇게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이었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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