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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Mar 29. 2021

대기업 신입사원의 삶

[엄마의 일] 그땐 그랬지, 1년 차 사회인 시절을 돌아보다

일에 대한 이야기는 나의 과거를 찬찬히 돌아보는 것으로 시작하기로 한다.


나의 첫 직장은 S전자였다.




대기업 사원 1년 차


입사, 아니 (연수원) 입소 후 길고 지리한 교육 대장정이 이어졌다.


'파란 피'를 만드는 과정으로 유명한 그룹사 교육부터 시작해 본사 교육 - 총괄 교육 - 팀 교육까지 이례적인 폭설이 쏟아지던 겨울에 시작된 교육은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야 비로소 끝이 났다.


수개월에 걸친 교육이었지만, 회사가 뭘 가르치고 싶었던 건지, 내가 뭘 배웠었는지 기억나진 않는다. 그저 너무 길고 재미없는 교육이었지만, 입사 동기들과 친해지면서 '돈 벌면서 노는 느낌'이었다는 당시의 기분만 아련하게 남아있다.


최근, 우연히 보게 된 (S그룹 계열사 출신이라는) 배우 진기주 씨가 나온 유퀴즈 영상 덕분에 떠올려본 그룹사 교육은 그래, 그나마 재밌었던 것도 같다. 예나 지금이나 춤이라면 질색하는 나지만, 수천 명이 하나가 돼 어떤 하나의 퍼포먼스를 한다는 거 자체가 주는 희열이 있으니까. 그때 파란 피가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젊은 피가 들끓는 기분은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겐 너무 친절한 사수


기나긴 연수를 마치고 부서 배치를 받은 후에도 나는 계속 지루하기만 했다.


보통 신입 사원이 들어오면 몇 년 위 선배가 사수로 붙어서 밀착 케어 혹은 집중 교육을 하게 된다. 신입 사원에게 '얼마나 좋은 사수를 만나느냐'는 꽤나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나의 사수는 좋은 사람이었다. 아주 사소한 업무도 천천히 하나하나 설명해주는 친절함 뿐 아니라, 주변에서 다 알만큼 엑셀을 능숙하게 다루는 실력자였다. 그렇지만 너무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일까? 아마도 사수 역시 후배가 처음이라 미숙했던 거겠지.


사수는 거의 6개월 동안 모든 업무를 혼자 떠안고 나에게는 코딱지만큼 작고 쉬운 업무만을 step by step 넘겼다. 나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 바쁘게 일하는 사수의 옆모습과 모니터를 번갈아 바라보며 멍을 때렸다. 그리고 매일같이 나를 6시에 칼퇴시켜주며 '좋은 사수' 역할에 충실하던 선배는 그해 12월, 홀연히 옆 부서로 토꼈다^^


(선배가 이 글을 볼 리 만무하지만, 표현이 그래서일뿐 전혀 악감정은 없어요! 그리고 그때 친절하게 가르쳐준 VLOOKUP 함수는 1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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