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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May 10. 2021

육아가 쉬워질까요?

엄마 나이 다섯 살에게 육아는 여전히 어렵다.

아이가 몇 살쯤 되어야 육아가 쉬워져요?


나 역시 아직 엄마 된 지 만 4년도 안된 초보 엄마일 뿐이지만, 잠 안 자는 신생아를 키우는 엄마, 뒤집기나 걸음마 같은 대근육 발달 때문에 걱정하는 엄마, 혹은 욕 나온다는 18개월 떼쟁이와 싸우는 극초보 엄마들로부터 종종 받는 질문이다.


육아는 절대 쉬워지지 않아요.


6개월만, 아니 1년만 버티면 된다는 답을 기대했던 극초보 엄마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실이다. 아이가 크면서 잠 못 자고 못 씻으면서 육체적으로 힘드냐, 아이의 기관 적응을 염려하고 교육 때문에 골머리 썩으며 정신적으로 힘드냐, 장르가 달라질 뿐이랄까?




다섯 살 첫째 아이는 지금껏 모든 면에서 수월한 편이다.


잘 자고: 6개월 이후부터 밤에는 대략 10시간씩 통잠을 잤고, 낮잠을 줄이는 시기들도 순탄했다,

잘 먹고: 식성은 정말 타고나서 없어서 못 먹고, 이유식 먹을 때부터 입에 들어갔다가 도로 나오는 음식이 없었으며, 가리는 음식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제일 좋아하는 반찬이 '브로콜리', '나물', '물김치', '감자전' 이런 느낌?

기저귀도 정말 자연스럽게 떼고 밤에 이불에 실수한 적도 거의 없다. (소변은 33개월 무렵, 대변은 44개월 무렵?)


그렇지만 다르게 말하면,


6개월까지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은 거의 하루도 안 빼놓고 2~3시간에 한 번씩 깨면서 나의 인내심을 시험했고, 잠으로 따지면 지금도 일찍 잠들긴 하지만 그만큼 일찍 일어나서 나와 남편을 본의 아니게 아침형 인간으로 살게 만들었다. 아이가 7시 넘어 일어난 적이... 일단 내 기억에는 없다.

식탐이 남다른 아이는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배가 고프다고 울거나 냉장고에 매달려서 먹을 걸 달라고 울고 불고 하는 일도 숱했다. 요새는 "엄마, 빵 먹자"라고 깨우기도 하고, 직접 냉장고를 열어서 먹을 걸 꺼내기도 한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난 구석에 숨어서 초콜릿을 먹는다.


그래도 수면에 대한 기본적인 욕구 충족도 어렵던 과거에 비하면 확실히 육체적으로 많이 편해졌다는 생각을 하지만, 육아는 엄마를 포함한 양육자로 하여금 긴장을 늦출 틈을 주지 않는다(는 게 육아 인생 약 4년 동안 내린 나의 결론이다). 하나가 수월해질 때쯤 다음에 깨야 하는 퀘스트가 주어지는 그런 느낌인데 예를 들면


아이가 통잠을 잘 무렵 → 왜 안 뒤집지? → 되집기는 언제 하지? → 언제 잡고 서지? → 이쯤 되면 걸어야 하는 거 아닌가? → 잘 걷는데 왜 갑자기 '안아안아' 병에 걸렸담? → 고집+생떼 대박!!! → 말은 언제 터지는 거야? → 엄청난 병치레를 동반한 첫 기관 적응 →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거 같은데 전집을 들여야 하나? → 몬테소리나 프뢰벨을 해볼까? → 영어 노출은 어떻게 시키지? → 어린이집 or 유치원?




충격적인  위에 적은 수많은 퀘스트는 사실  변곡점 위주로 적은 것일 뿐이라는 점이다.  사이사이에도 엄마는 크고 작은 난관, 그리고 의사결정의 순간을 맞닥뜨리게 된다.


바로 엊그제도 나를 당황시킨 사건이 있었다. 그로부터 며칠  나와 여동생 커플 원피스를  첫째가 자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던  "엄마, 나도 여자 되면 치마 사줘~"라고 말한 !


'음... 치마? 어떻게 말하지? 성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고 싶진 않은데 그렇다고 치마를 사줄 수도 없고' 모르긴 몰라도 내 동공이 흔들렸을 그 순간 머릿속에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스쳤다. 이미 아이가 <여자가 되면>이라는 전제를 깔았기 때문에 <치마는 여자만 입는 거야>에 대한 부분은 굳이 언급하지 않고(치사하지만 일부러 피한 거기도 하다),  "ㅇㅇ이가 여자가 될 수는 없어. ㅇㅇ이는 남자아이로 태어났기 때문에 6살이 되고 10살이 되어도 형아가 되는 거고, 더 크면 삼촌이나 아빠 같은 남자 어른이 되는 거고, 더 나이가 들면 할아버지 같이 되는 거야"라고 얼버무리고 말았지만,


이틀이 지난 아직까지도 엄마 나이 다섯 살인 나는 혼란스럽다.


나는 언제 진짜 엄마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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