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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un 22. 2021

왜 일하냐고 물으신다면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를 읽고

최근, 이나모리 가즈오의 '왜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왜 그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도, 그리고 인생도."


서문부터 울림이 있었던 책이라, 기록을 남겨두려 한다.




우선, 읽으면 읽을수록 남편과 보이스와 너무 겹치는 게 소름이었다.

이나모리 가즈오가 남편이 존경하는 경영인이라는  알고 있었지만, 여러 대목에서 농담  진담  '세상을 잡아먹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자는 , 일신의 영달 외에는 관심이 없는 소시민(=)에게 " 일을 해야지, 여보!"라며 자꾸 파이팅을 외치는 남편의 음성 지원이 되는 것만 같았다.


사실 이 책 자체는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유형의 책은 아니다. '모든 건 네 마음 먹기에 달려 있어' '마음가짐을 고쳐 먹어' 실질적이거나 실용적이지 않고, 일종의 정신 교육을 하는 느낌.


그럼에도 큰 틀에서 책이 주는 메시지에 공감할 수 있었는데

삶에 있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에 몰입했을 때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




워라밸의 함정


왜 일하는가 우리가 맛보는 진정한 기쁨은 일 속에 있다. 놀이나 취미의 세계에서 기쁨을 찾으면 일시적으로는 즐거울지 모르나 진정한 기쁨을 맛보기는 어렵다. 일하는 것은 우리의 내면을 단단하게 하고, 마음을 갈고닦으며, 삶에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물론 이런(일이 중요하고, 몰입하면 기쁘다) 이야기를 대놓고 하는 건 조금 간지럽기도 하고, '내가 꼰대가 된 건가?' 싶어 우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예전, 그러니까 오랜만에 일을 다시 하면서 "나는 일이 좋아"라고 떠드는 지금과는 한참 달랐던 때에도 나는 '워라밸'이라는 말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다.


일(Work)과 삶(Life)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말의 전제는 일과 라이프가 별개의 것, 다른 것, 심지어 반대되는 것이라는 거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일하는 데 쓰는 시간이 얼마나 길고, 이 시간이 삶(Life)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또 얼마나 큰가? 일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행위'로 정의하고, 일에서 번 돈을 가지고 나머지 삶을 즐겨야겠다,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


몰입의 즐거움


지금 자신이 하는 일에 더욱 적극적으로, 가능하다면 무아지경에 빠질 때까지 몰입해보라.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쳐와도 당당히 맞서 부딪쳐보라. 그러면 분명 자신을 옭아매던 고난과 좌절을 극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상상도 하지 못했던 새로운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다니 약 5년 전의 내가 보면 믿을 수 없어하겠지? 퇴사 면담에서 인사팀 차장님이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의 즐거움'을 읽어보라 권했을 때, 당시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가? '뭐야, 그러니까 지금 내가 퇴사를 하고 싶은 이유가 내가 몰입을 못했기 때문이란 거야? 웃기네~ 나는 이 썩어 빠진 조직, 불합리한 시스템이 싫은 거거든?'


오래 쉬었고, 그 어떤 일보다 힘든 육아를 했고, 다시 일을 시작하면서 관심 있는 분야의 좋은 팀을 만났다. 물론, 이런 다른 이유들 덕도 있겠지만, 사실은 일에 대한 내 마음가짐이 달라졌고, 그러다 보니 나에게 주어진 모든 일이 더 재밌게 여겨지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일하면서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선순환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사랑하는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기보다는, 우선 주어진 일을 좋아하려는 마음부터 갖길 바랍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는 건, 어쩌면 손에 잡히지 않는 파랑새를 쫓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일을 좋아하고, 몰입해서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 기쁨을 느끼고, 그로 인해 더 큰 인생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Do what you love, Love what you d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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