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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Oct 09. 2021

나의 엄마

사랑하는 나의 엄마 정 여사님께 

오늘은 사랑하는 나의 엄마, 정 여사님의 XX번째 생신이다. 서른여섯이 되도록 여전히 엄마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여러 모로 큰 도움을 받고 사는 딸 주제에 그나마 매년 빼먹지 않고 쓰던 편지를 못 썼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일하느라 바빴다는 구차한 변명 따위는 하지 않겠다. 그저 아직 생신 당일이 지나지 않았으니 개점휴업 상태였던 브런치에 쓰는 이 글로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려 한다.




나의 엄마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엄마는 요샛말로 전업맘이지만, 아빠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사회생활을 했으면, 대기업 임원 정도는 따 놓은 당상이었을 거다" (결혼한 지 5년 넘은 우리 남편도 격하게 동의하는 부분이니 나름 객관적인 이야기 아닐까?)


가사 노동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친인척 관계 등을 포함한 집안의 대소사를 처리하는 엄마를 보고 있노라면, 웬만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핸들링하는 멀티플레이 능력, 어떤 일이 있을 때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돌려 보는 능력... 엄마가 집에 있었던 덕분에 나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더할 나위 없이 알뜰살뜰한 케어를 받고 있지만, 우리 엄마, 진짜 집에만 있기엔 아까운 사람이다!


최근에 회사에서 "하우영 님은 어떻게 그렇게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해요? 헤르미온느처럼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라는 칭찬을 들었는데 다 엄마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엄마는 정말 부지런한 사람이다.

전업맘이고, 남편과 자식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지만(어느 정도냐면, 내가 중학생일 때, 우리 엄마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락 편지를 써주었다. 도시락을 싸주는 것만도 엄청난 일인데 새벽같이 일어나 편지를 쓰다니, 놀랍지 않은가?),


자기 자신을 개발하는 데에도 늘 열심인 사람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엄마를 존경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다. 기억도 안 날만큼 오래전부터 꾸준히 운동을 해왔고, 항상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하는 게 엄마가 보여주는 한결같은 모습이다. 내가 어릴 때부터 퀼트, 뜨개질, 에어로빅, 수화, 중국어 등 장르도 다양한 것들을 배워 온 엄마는 지금도 10년 가까이 일본어를 공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혹시 나중에 손주들과 영어로 대화할 일이 있을지 모른다며 영어 공부까지 시작했다.




가끔은 엄마가 구십 다 된 양가 할머니들이나 형제자매들에 대한 걱정도, 시집가서 아들 딸 낳고 아등바등 사는 딸 둘에 대한 염려도 하지 말고 조금은 게으르고 무심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물론 난 여전히 수시 때때로 엄마에게 sos를 치는 딸이지만, 내가 말한다고 들을 엄마도 아니지만.


엄마, 늘 고맙고 사랑해요! 엄마의 딸로 태어나서, 엄마가 내 엄마라서 너무 좋고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생신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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