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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ul 12. 2022

시절인연

우리 인연은 끝난 게 아니라고 믿어도 될까? 

돌이켜보면 꽤 많은 사람들과 연을 맺으며 살아왔다.


중고등학생 시절을 함께 한 친구, 대학교 과 친구, 동아리 친구, 첫 사회생활을 같이 시작한 입사 동기, 그 외에도 사회에서 만난 이런저런 인연들…




삶의 여러 phase들을 함께 지나며 더욱 끈끈한 우정을 다진 소위 인생친구도 여럿 있지만,


사실 그보다는 한때는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했으나 지금은 sns를 통해서만 소식을 접하는 친구,

남들 다 하는 sns 계정도 없어서 건너 건너 드문드문 소식을 듣게 되는 친구,

그나마 건너 건너 듣는 소식마저 들을 수 없는, 그야말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를 친구가 더 많다. 



어쩌다 그 시절 추억을 회상할 때 종종 떠오르는 친구들이 있지만,

전 여친도 아니건만 수년 만에 ‘잘 지내?’ 아무렇지 않게 물을 만큼 뻔치가 좋지도 않을뿐더러 애 둘 키우면서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웬만해서는 그런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대체로 나의 결말은 ‘그땐 그랬지’.



어쩐지 울적하고 허탈한 마음이 든 적도 있었다

내가 저치와 마주 보고 앉아 떠든 시간이, 함께 기울인 술잔이 얼마인데…



그러다 몇 년 전부터는 ‘다 시절인연’이라고 생각했다.

한때 가깝게 지내면서 그 시절 너와 나를 공유했던, 딱히 싸우거나 절교를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고 삶의 형태나 방향이 달라지면서 서서히 멀어진. 멀어진 인연만큼 새로 만든 인연들이 있으니 굳이 아쉬워할 것도 없다고.




이 글을 적으면서 찾은 ‘시절인연’의 정의다:

본래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 용어로, 현대에는 모든 인연에는 때가 있다, 때가 되면 이루어지게 되어 있다, 인연의 시작과 끝도 모두 자연의 섭리대로 그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위로가 필요했던 건 아니지만 어쩐지 위로가 된다. 역시 내 잘못이 아니었어. 끝나지 않은 인연이라면 다시 때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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