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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Aug 25. 2022

빛나라, 내 인생!

당신의 리즈 시절은 언제인가요?

나도 한때는 그이의 손을 잡고
내가 온 세상 주인공이 된 듯
꽃송이의 꽃잎 하나하나까지
모두 날 위해 피어났지

올림픽대로 뚝섬 유원지
서촌 골목골목 예쁜 식당
나를 휘청거리게 만든 주옥같은 대사들

다시 누군가 사랑할 수 있을까
예쁘다는 말 들을 수 있을까
하루 단 하루만 기회가 온다면
죽을힘을 다해 빛나리

언제부턴가 급격하게
단조로 바뀌던 배경음악
조명이 꺼진 세트장에
혼자 남겨진 나는
단역을 맡은 그냥 평범한 여자

꽃도 하늘도 한강도 거짓말
나의 드라마는 또 이렇게 끝나
나왔는지조차 모르게
끝났는지조차 모르게




요새 즐겨 듣는 아이유의 노래 <드라마>의 가사다.

우선, 2 9초짜리 짧은 음악으로 타인의 심금을 이렇게 울릴  있는 아이유, 심지어 작사/작곡/편곡까지 모두 해낸 그녀의 재능이 부럽다. 하도  노래를 반복해서 듣는 엄마 때문에 노래가 나오면 얼추 비슷하게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을 보면, 3세와 6세의 어린 귀에도 ‘먹히는엄청난 노래다.


경쾌하고 발랄한 멜로디, 청량한 목소리도 물론 좋지만 그와 상반되는 가사가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가사를 요약하면,

한때 나에게도 빛나던 일명 ‘리즈시절 있었지만, 지금은 그저 평범한 단역 배우일 뿐이며 나의 드라마는 언제 시작하고 끝났는지도 모르게 끝나겠지,

정도가  텐데 서른 살의 아이유가 어떤 뜨겁고 행복했던 연애가 끝난   가사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좀 더 심오한 의미로 다가왔는데(연애가 별 거 아니라는 건 아니다. 연애, 중요하지!) 뭐랄까, 나의 리즈 시절과 인간의 ‘라이프 사이클’에 대해 고찰하게 하는 가사였달까.


‘나의 리즈 시절은 언제였을까?’ 생각했다.

십 년 만에 만난 옛 친구가 “너무 똑똑했고, 본인에게 늘 자극을 주는 친구였다”라고 묘사한 중학생 시절? 내일이 없는 것처럼 신나게 놀던 대학생 시절? 파인 다이닝을 밥 먹듯 드나들고 휴가 때마다 해외로 놀러 다니던 미스 시절?


사실 좋다고 듣고  들었지만, <드라마> 나를 슬프게 만드는 노래였다.

그게 언제였건 내가 주인공으로 가장 빛나던 시절은 지났고, 나라는 사람은 이렇게 세상에 존재했는지도 모를 만큼 홀연히 사라지겠구나. 노래 가사가 마음 깊숙한 곳에 있던 생각을 일깨웠고, 그게 마냥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아니, 우울하고 싫었다.




60대 후반에도 “나의 전성기가 오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우리 아빠를 생각하면서 마음을 고쳐 먹으려고 한다.


머리 말리던 중 뜬금없이 딸에게 “엄마, 정말 예쁘다 찬사를 , 수시로 “안아주고 뽀뽀해주기 하자 아들의 애정 공세를 누리는 지금이 나의 리즈 시절이다. 공부든, 일이든, 연애든, 결혼생활이든, 육아든, 자기 계발이든,  순간 진심으로 최선을   삶은  빛났고, 빛나고 있다. 그리고  모든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앞으로는 더욱 그럴 것이다.


빛나라, 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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