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둘 육아의 실상을 고발합니다.
다들 그랬다, 둘째는 발로 키운다고.
더더군다나 첫째가 아들이고 둘째가 딸이라면 둘째 육아는 이보다 쉬울 수 없을 거라고.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맞는 반의 이유는 그저 부모의 마음이 여유롭기 때문, 즉 초보가 아닌 경력직 부모이기 때문이다.
첫째 때는 아이가 울면
왜 울지? → 어디가 아픈가? → 열은 안 나는데 배가 아픈가? → 아까 낮에 OOO을 먹였는데 그게 안 좋았나? → 아니면 잘 때 방이 너무 추웠나?
원인을 찾고, 내가 뭘 잘못했는지 반성하고, 속상해하는 이런 식의 궤도를 무한 반복했지만,
둘째는 아이가 울어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쌌는데 우네? → 괜히 떼를 부리는 구만? → 근데 우는 것도 귀엽네?
하며 폰을 꺼내 영상을 찍는다.
아, 물리적 자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발로 키우는 측면도 있겠다.
내 몸이 하나, 아빠까지 다 합쳐도 둘이니 손이 없으면 발이라도 동원해야지 별 수 있나.
하지만 적어도 내 경우에 둘째 육아가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우리 딸은 오빠 저리 가라 하는 우량아다.
좀 웃기지만, 의외로 여러 육아 선배들이 ‘첫째가 아들이고 둘째가 딸이면 육아가 수월하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꽤 큰 이유는 여자 아기들이 훨씬 뼈대도 가늘고 가벼워서 안아주는 것부터 쉽다는 거다. 여기부터 해당 사항 없음!
이 외에도 육아의 난이도는 무조건 만고불변의 진리를 따른다. 바로 ‘애바애’.
다민이는 자기주장이 강하다.
주원이가 여섯 살이 되어서야 “나 이 옷 입기 싫어. 스파이더맨 입을래” 류의 주장을 하기 시작한 데 반해 다민이는 두 돌 무렵부터 “이 옷 안 입을 거야!!!!!!!”며 울부짖기 일쑤다.
33개월이 다 된 요즘은 좀 나아져서 약간의 설득이 먹히지만, 먹고 싶은 걸 못 먹게 하거나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면 어찌나 성질을 내는지 당할 재간이 없었다. 체력은 어찌나 좋은지 30~40분씩 소리 지르면서 우는 통에 이웃에게 미안할 지경이었다.
다민이는 독립적인 아이다.
다민이는 아주 갓난아기일 때부터 침대에 눕혀두면 혼자 뒹굴 거리다 잠에 든다. 안아서 재운 적도 없고, 오히려 옆에 누가 있으면 노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는지 잘 못 잔다. 침대에 눕히고 책을 1~2권 읽어준 후, “잘 자고 내일 만나~” 인사하면 누워서 쿨하게 손을 흔든다. 캠으로 지켜보면 잠들기까지 거의 1시간 가까이 걸릴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엄마를 찾거나 방문을 열고 나오는 일은 없다.
주변에서 ‘유니콘 베이비’라고 부르는 다민이의 수면 습관은 아빠가 밤 수유를 담당하던 시절부터 일종의 수면교육이 잘된 탓도 있겠지만, 8할은 그녀의 독립적인 기질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잠잘 때뿐 아니라, 놀이를 할 때에도 다민이는 참 독립적이다.
독립적이면 육아가 마냥 수월할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일단 ‘독립적’이다 뿐이지, 할 줄 아는 건 아무것도 없으면서 엄마에게 연연하기는커녕 눈치도 안 본다. 가끔은 진심으로 열받는 일이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사람을 좋아하고, 친구들에게 관심 많고, 뭐든지 같이 하고 싶어 하는 주원이에게 상처가 될까 염려될 때도 있다.
그리하여 결론을 내리자면,
나의 애 둘 육아는 ‘둘째를 발로 키운다’기 보다는 ‘두 손 두 발을 다 써서 온 몸으로 애 둘을 키우는’ 처절한 형국에 가깝지만, 어찌어찌 그런 날들이 천 일이 넘었더라.
새삼 느끼지만 세월은 잘도 흐르고 아이들은 생각보다 금방 자란다. 나도 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