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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Nov 02. 2022

[어쩌다, 이민] 갑분'이민'

'나의 유학'이 '가족의 이민'으로 

18년 초, 불현듯 남편이 투자이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유학 비자로 온 가족이 미국에 나가는 건 불안하다’는 우리 집 행정 반장의 현명한 판단과 엄청난 추진력 덕분에 거의 한두 달 만에 우리는 투자이민을 신청하게 됐다.


그렇게 내 신분은 유학 준비생에서 이민 준비자로 바뀌었고, 비자 신청에 필요한 각종 paper work와 프로세스를 남편이 도맡아 처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행에 대한 주도권을 남편에게 넘기게 된다.




그리고 올해 6월, 드디어 우리 가족은 비자를 받았다.

이는 비자를 신청한 시점으로부터 만 4년이 넘는 세월, 이민 변호사가 이야기했던 1년 반에서 2년이라는 예상 기간 대비 2배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 사이 남편과 나는 각자 두어 번의 입사와 퇴사를 했고, 이사도 2번이나 했으며, 뱃속에도 없던 둘째가 태어나 두 돌을 훌쩍 넘겼으니 이 얼마나 긴 세월이었는지 가히 짐작할 만하지 않나? 이 세월 동안 임신과 출산, 이직 같은 인생의 큰 결정을 할 때뿐 아니라, 소소한 물건을 하나 구매할 때도 ‘얼마 안 있으면 미국에 갈 텐데’라는 전제는 나를 참 힘들게 했다.




아마 ‘투자이민 비자 신청’이라는 그때 그 결정이 아니었다면,


- 부부의 커리어가 꼬일 것 같아서

- 이모님과 엄마의 도움 없이 두 아이를 도무지 키울 자신이 없어서

-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지금이 적기는 아니라 등등


다양하고도 그럴듯한 이유로 우리 가족의 미국행은 진작에 없던 일이 되거나 여전히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 않았을까?




세상에 완벽한 타이밍이란 없다. 그저 지금이 '그때'라고 믿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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