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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Dec 01. 2022

[어쩌다, 이민] 산다(Buy)=산다(Live)

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한 번 해보자! 

영유아 2명을 포함한 4인 가구가 삶의 근거지를 한국에서 미국으로 완전히 옮기기까지('영유아'라는 존재는 그와 관련된 짐의 양은 어마 무시하지만 짐을 정리하는 데는 1도 도움이 안 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같은 단지 내에서 이사를 해도 몸살이 날 판국에 말 그대로 산 넘고 바다 건너 새로운 대륙에 자리를 잡기까지. 뭐니 뭐니 해도 나를 가장 괴롭힌 건 ‘짐’이었다.




자타공인 나름 정리를 잘하는 편인 사람으로서, 정리의 기본은 ‘버리기’이기에 틈틈이 버리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출국을 앞두고 수하물로 부칠 짐들을 제외하고, 집을 완전히 비우는 과정은 그야말로 멘붕이었다.


내 집에서 상당한 양의 대형 폐기물과 70리터짜리 대형 쓰레기봉투 몇 개를 꽉꽉 채우는 쓰레기가 나왔다는 것, 대다수가 오래되거나 망가진 물건은 아니라는 점, 다만 미국까지 들고 갈 만큼 꼭 필요하지도, 중고로 팔거나 누구에게 줄만큼 귀하지 않을 뿐.


정말 이렇게 다 버려도 되는 건가?
대단한 친환경주의자는 아니지만 내 아이들이 살아갈 지구가 조금이나마 깨끗하기를 바라면서 열심히 분리수거했던 나인데 이게 맞나?
이렇게 버려질 물건이라면 필요 없거나 적어도 없어도 산다는 얘긴데 나는 왜 그렇게 사제꼈나?
전반적인 나의 소비 습관에 대해 점검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렇게 자책하고 짐 더미에 깔려 죽을뻔한 고비를 겪으며,

미국에 가면 꼭 필요한 것만 사겠어! 결심했지만,


막상 짐을 풀고 정리하면서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또 쇼핑을 한다.




이 정도면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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