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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Dec 16. 2022

[어쩌다, 이민] 엄마가 떠났다

오늘, 진짜 이민 생활이 시작된 날

엄마가 떠났다.


출국 며칠 전, 짐을 빼고 엄마 집에 들어간 시점부터 꼬박 5주 가까이 붙어 있던 엄마가 오늘 아침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4인 가족의 방대한 짐을 함께 싸고 푸르고 정리하고, 온 집안을 쓸고 닦고, 부족한 물건들을 사다 나르고 채워 넣었다. 한국에서도 주에 두 번 이상 우리 집에 와서 아이들을 같이 키우다시피 했기 때문에 먹이기, 씻기기, 책 읽기, 재우기, 심지어는 6살 주원이와의 ‘싸움 놀이’까지 가능한 만능 할머니였고, 워낙 부지런하고 멀티 플레이가 잘되는 엄마는 요리는 거의 전부, 청소와 빨래까지도 절반 이상을 해줬다. 그런 엄마 덕분에 남편은 거의 입국 2~3일 차부터 대여섯 시간씩 일을 할 수 있었고, 우리 부부는 터프한 정착기를 큰 싸움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엄마 아빠가 가고 현관이 닫힌 후, 한국을 떠날 때도 안 나던 눈물이 줄줄 흘렀다. 마치 고등학교 때 혼자 기숙사에 들어올 때처럼.


나이도 서른일곱씩이나 먹은 데다가 남편에 아이 둘까지 내 가족이 있는데 이번에는 다르겠지 생각했건만,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여전한 마마걸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한국’은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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