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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Dec 21. 2022

[어쩌다, 이민] D+35 미국에서의 일상

단조롭지만, 따분하지는 않습니다.

미국에서의 일상은 단조롭다. 허나, 바쁘다.




나의 운전면허 실기시험과 둘째의 기관 적응 같은 몇 가지 굵직한 과업이 남아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 집안 살림들을 갖추고, 차도 사고, SSN(Social Security Number, 우리나라의 주민번호와 유사한 개념)까지 나오고 나니 큰 산은 넘은 느낌이다. 그리하여 최근 나의 일상은 크게 아래와 같다.


밥 해 먹고:

일단 가장 큰 문제(?)는 내가 한국에서는 요리를 거의 할 일이 없었던 ‘요알못’이라는 건데 적어도 하루 두 끼를 집에서 먹고 세끼를 모두 집에서 먹는 일도 허다하다 보니 이게 정말 보통일이 아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두루 살피면서 메뉴를 정하고  

아이패드에 적힌 나의 메뉴 고민 흔적들

부족한 재료는 적어뒀다가 마트에 갈 때 사는데 마트 가는 일은 쉽나?


야채나 과일은 홀푸즈에 가서 사고, 한국음식 할 때 필요한 재료는 K-타운에 있는 마트를 가야 한다. 적어도 주 2회, 2개 이상의 마트를 가야 하니 얼마나 바쁘겠는가?


청소하고:

한국에 살 때보다 집이 많이 커졌다. 방은 똑같이 3개지만, 화장실이 변기만 있는 손님용 화장실까지 총 3.5개다. 우습지만 웬만하면 2개 화장실만 이용하도록 가족들에게 신신당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부엌은 타일, 거실은 마루, 방은 카펫이 깔려있다. 각기 다른 종류의 청소도구 사용이 필요한데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내려놓음’을 시전 중이나 쉽지 않다.


빨래하고:

다행히(?) 빨래는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애 둘 있는 집 세탁기와 건조기, 그리고 이것들을 가동하는 나는 매일매일 열일 중이다.




놀이터 가기:

이 외에 요즘 나의 새롭다면 새로운 주 일과는 ‘놀이터 가기’다. 한국시간에 맞춰 일하는 남편은 오후 4시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평일 놀이터는 내 담당이다. 지난주까지는 엄마 아빠가 함께 했지만, 이번 주부터는 온전히 내 몫이다.



사실 나는 놀이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도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고 잘하는 ‘집순이’인 데다 몹시 겁이 많은 쫄보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하지 마” “위험해” “아니야, 안 돼”를 외치는 나 자신도, 이런 재미없고 하지 말라는 거 많은 엄마 때문에 맘껏 즐길 수 없는 아이들도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겨울에도 실컷 나가 놀 수 있는 곳에 와서 굳이 집콕을 할 수는 없어. 이왕 엘에이까지 왔으면 이 환경을 만끽하겠어’라는 일념으로 오늘도 나는 아이 둘과 함께 놀이터에 다녀왔다.




날씨가 따뜻해서일까?

아니면 송년모임을 할 친구들이 없어서일까?


올해는 괜히 설레면서 한편으로는 센치한 예년의 연말 기분은 나지 않는다. 그래도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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