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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Dec 27. 2022

[어쩌다, 이민] 미국은 정말 선진국일까?

좌충우돌 정착기 제1편

‘이민’이라는 엄청난 인생 프로젝트, 나의 인생뿐 아니라 나 외 3인의 인생까지 포함한 가족 단위 프로젝트의 PM으로서 지금까지 진행 상황을 평가하자면: so far so good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느냐 하면 당연히 그건 아니다. 프로젝트의 규모나 난이도를 고려했을 때 ‘이 정도면 훌륭하다’ 혹은 ‘문제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인 거지.  




특히 ‘도대체 이 나라 선진국 맞아?’ 의구심이 들게 하는 몇 가지 에피소드가 있는데,  


첫째, ‘주차 티켓’ 사용하기 


미국에 와서 남편을 가장 어이없고 황당하게 만든 것 중 하나는 바로 ‘주차 티켓’이다. 주차장에 들어갈 때 창문을 내리고 손을 뻗어 티켓을 뽑고, 나오면서 티켓을 다시 넣어 비용을 정산하는 바로 그것 말이다.


그렇다. 웬만한 주차장 입구에는 ‘차량 번호 인식’ 기계가 있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구시대적인 방식이 여기에선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꽤 크고 럭셔리한 쇼핑몰에서도 예외는 없으며, 식당에서 밥을 먹거나 가게에서 물건을 구매했을 때도 그 티켓 실물을 줘야만 일명 ‘parking validation’, 주차등록이 가능하다.


익숙해질 때도 됐건만, 한 번씩 주머니에 넣어둔 티켓이 안 보인다든지, 무슨 영문인지 validation이 제대로 안 돼서 주차비용이 발생한다든지 하는 사건으로 남편을 자주 분개하게 만드는 녀석이다.



둘째, SSN 받기 


원래 이민 비자를 받고 들어온 우리는 입국과 동시에 (임시) 영주권을 받고 SSN이 자동으로 신청되는 시스템이다.


다만 네이버 카페에서 ‘신청이 누락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니 입국 후에 반드시 근처 SSA(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에 방문할 것’ 류의 후기를 숱하게 본 극강의 J 부부는 입국 3일 차에 SSA를 방문한다. 그리고 ‘너무 빨리 방문해서 기록을 찾을 수 없다, SSN이 나오는데 통상 2주가 소요되니 그때까지 안 나오거든 다시 오라’는 안내를 받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입국한 지 열흘이 되던 어느 토요일 오전, 그때까지만 해도 아침저녁으로 우편함을 확인하던 남편 손에 SSN 카드가 들려있었다. 우리 부부 빼고 아이들 카드만 나왔다는 게 문제였지만, 열흘 만에 카드를 받다니! 게다가 아이들의 카드가 나왔다는 건 정상적으로 신청이 됐다는 의미일 테니 조만간 우리 것도 나오겠지! 몹시 기쁘고 안심이 됐다.


이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만 날짜가 12월 중순을 향하도록 우리 부부의 카드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입국한 지 거의 한 달만, 아이들의 카드가 나온 지 2주 반 만에  다시 방문한 SSA에서 ‘부부의 신청 내역을 찾을 수 없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담당자의 태연한 표정으로 미루어 보건대 충격은 우리 부부만 받은 듯하고 그다지 예외적이고 이상한 케이스는 아닌 것으로 짐작된다.


SSA를 재방문한 그날 우리는 지원서를 작성해서 제출했고, 그로부터 열흘 남짓이 지난 엊그제 SSN 카드를 수령함으로써 정착의 관문 중 하나를 무사히 넘었다.




삶은 늘 나의 예상을 뛰어넘고 예상치 못한 돌발 변수는 끊임없이 나타난다. 그러기에 이런 황당하고 기막힌 일은 정착 후에도 계속되겠지만, 조금은 무지하고 불안한 정착 과정에서 이런 것들이 더 극적으로 느껴지는 듯하다.


내일은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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