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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24. 2023

그리고 동경 한 스푼

미국 이민의 세 번째 이유

15년 전쯤, 미국에서 1년 산 적이 있다.


그때는 일 년 중 절반은 눈이 내리는 동부였고, 지금은 사시사철 따뜻한 서부에 있다 보니 같은 나라인 듯, 때로는 전혀 다른 나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때나 지금이나 난 미국인 특유의 느슨함과 여유가 좋다.




미국 1년 살이(aka 어학연수)를 할 당시, 나는 12학년에 재학 중인 동생과 함께 살았는데 아직도 기억나는 일화가 있다. 동생이 함께 수업을 듣는 친구들과 둘러앉아 장래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친구 중 하나의 꿈이 ‘주립대 졸업하고 이 동네 학교에서 수학과 테니스 가르치기’라고 했단다. 이렇게나 소박하지만 현실적인 꿈이라니?! 성적도 꽤 좋은 친구가 했던 말이라 더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이런 미국인들의 모습을 누군가는 안일하고 한심하다고 여기고, 여기서 내가 열심히 한다면 기회가 있겠다며 가능성 있는 시장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 그때나 지금이나 나는 그저 이런 여유로운 삶의 태도가 편안해서 좋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다. 미국에서도 최상위층의 경쟁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치열하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큰 욕심 안 부리고 자분자족하는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우리나라처럼


뭘 좋아하고 잘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서 살지 와 상관없이 대학교 졸업장은 필수고,

인서울 대학을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건 모두의 목표이며,

그걸 위해 대여섯 살부터 영어 단어를 외우고, 창의력 수학이니 논술이니 각종 학원을 전전하진 않는다.

겨울에는 몽클레어 패딩을, 여름에는 에르메스 샌들을 신어야 하며

운동할 땐 룰루레몬을 입는 게 국룰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의식하고 눈치를 보고 비슷해지기 위해 노력하진 않는다.





워낙 자원부터 모든 게 풍족한 나라여서 그럴까?


부럽다.

그리고 지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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