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우영 Jan 24. 2023

유학에서 이민으로

미국 이민자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

처음부터 이민을 생각한 건 아니다.

아니, 이민은 사실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옵션이었다.


결혼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조만간 미국에 가서 몇 년 살아 보자’는 나른한 계획 뒤에는 당연히 내가 석사나 박사 학위를 하고, 그 비자로 온 가족이 출국하면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2018년 초,

불현듯 남편이 투자이민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어디서 들었는지 ‘유학 비자로 온 가족이 미국에 나가는 건 불안하다’는 우리 집 행정 반장의 현명한 판단과 엄청난 추진력 덕분에 거의 한두 달 만에 우리는 투자이민을 신청하게 됐다.


그렇게 내 신분은 유학 준비생에서 이민 준비자로 바뀌었고, 비자 신청에 필요한 각종 서류와 프로세스를 남편이 도맡아 처리하면서 자연스럽게 미국행에 대한 주도권은 남편에게 넘어간다.




그리고 2022년 6월, 드디어 우리 가족은 비자를 받았다.


이는 비자를 신청한 시점으로부터 만 4년이 넘는 세월, 이민 변호사가 이야기했던 1년 반에서 2년이라는 예상 기간 대비 2배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그 사이 남편과 나는 각자 두어 번의 입사와 퇴사를 했고, 이사도 2번이나 했으며, 뱃속에도 없던 둘째가 태어나 두 돌을 훌쩍 넘겼으니 이 얼마나 긴 세월이었는지 가히 짐작할 만하지 않나?

이민 신청할 때는 뱃속에도 없던 둘째가 이만큼 컸다

이 세월 동안 임신과 출산, 이직 같은 인생의 큰 결정을 할 때뿐 아니라, 소소한 물건을 하나 구매할 때도 ‘얼마 안 있으면 미국에 갈 텐데’라는 전제는 나를 참 힘들게 했다.




아마 그때 투자이민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한창 일해야 할 30대 중후반 부부의 커리어가 꼬일까 두려워서  

이모님과 친정 엄마의 도움 없이 두 아이를 키울 엄두가 나지 않아서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 지금이 적기는 아니라고 판단돼서 등


다양한 이유 혹은 핑계로 우리 가족의 미국행은 진작에 없던 일이 되거나 여전히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 않았을까?




그때는 맞고, 지금은 더 맞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전 04화 그리고 동경 한 스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