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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an 21. 2019

초보 엄마의 다짐

엄마는 왜 아이 성적에 집착할까?

왠지 암 유발 드라마일 것 같다는 우려를 안고 보기 시작한 <SKY캐슬>은 의외로 훌륭했다.  

전 국민의 관심사인 '교육' 문제를 다룬 세태풍자 드라마로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명품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매회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 막장 드라마의 필수요소인 '혼외자'가 등장하며 공포 스릴러 범죄 추리극으로 장르가 바뀌는 듯해 보다 말았지만, 한동안 주말마다 <SKY캐슬>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게 사실이다. 용두사미 격의 드라마 전개는 안타깝고 아쉽지만, 그럼에도 많은 이야깃거리와 고민거리를 남겼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드라마라는 생각이다. 


내가 당장 어쩔 수 없는 교육 시스템의 부조리는 차치하고, 엄마로서 ‘그렇다면 내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봤을 때,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의아하지만 현실인 듯하고 가장 바꾸기 쉬우면서도 어렵겠다 싶은 건, ‘아이 성적에 대한 엄마의 집착’이었다.




엄마(부모)는 왜 아이의 성적에 집착할까? 


우선, 아마 대부분의 엄마는 진진희(오나라) 같은 심경일 것으로 짐작한다. 

"이게 맞나 싶은데도 답이 없잖아. 우주 엄마처럼 줏대도 없고, 예서 엄마처럼 확신도 없고."


- 남들만큼 살려면 공부가 제일 쉬워


모든 게 자식을 위한 일이라고 주장하는 엄마들은 내 자식이 남들만큼 살기를 바란다. 이 '남들'의 기준이 실제 대한민국 평균이라기보다는, 명문대를 졸업한 전문직 종사자 혹은 적어도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이라는 게 문제지만. 그리고 기성세대인 엄마 관점에서 남들만큼 살기 위한 가장 쉽고 안전한 방법은 공부다. 일견 맞는 말이지만, 과연 남들만큼 그리고 남들처럼 산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걸까? 그런 삶은 정말 행복한가? 그리고 명문대만 졸업하면 저절로 취직이 되던 아빠들 시대가 아닌, 지금 같은 저성장 시대에도 공부만 웬만큼 하면 평균 이상의 삶이 보장될까? 


'남들만큼 사는 게 중요하니 공부를 열심히 해'라고 주장하는 부모는 그저 웬만큼 사는데 급급해 본인의 인생에 대해 고민할 틈도 없었고 결국 행복에 대한 경험도 없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알지 못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먹고사는 게 문제가 되었던 시대를 지나 이러한 근원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기 시작한 우리 세대는 자식 교육에 있어서도 좀 달라야 하지 않을까? 명문대를 나왔지만 여전히 하고 싶은 게 뭔지, 잘하는 게 뭔지, 100세 시대라는데 앞으로 50년도 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아직까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하는 내 친구들은 자식을 명문대 보내기 위해 아등바등하지 않을 수 있을까? 


- 나는 너고, 너는 나야 


본인과 자식을 동일시하는 엄마들도 많다. 자식의 성적을 본인의 업적, 성과라고 여기기도 한다. 뭐가 됐든 자식을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로 존중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자식을 위하고 자식을 잘 키운다는 명목 하에 본인의 삶은 내팽개친 듯하다. 평일 낮에 동네 카페에 앉아 있노라면 테이블을 가득 채운 아줌마들의 대화는 아이의 영어 레벨과 수학학원 등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저 정도면 저 엄마는 몸만 여기에 있지 아주 애랑 학교니 학원을 같이 다니는 수준인걸?’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어떻게 하며 나를 좋은 대학에 보낼까?'가 지상 최대의 목표이며, 다른 취미나 관심사는 없이 오로지 내 성적에 울고 웃는, 나를 태우고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서 틈틈이 다른 엄마들과 학원 정보 나누기가 주업인 엄마.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희생적인 삶을 살지만, 자녀의 눈에 이런 엄마의 인생은 어떻게 보일까? 엄마는 정말 감사하기만 한 존재일까? 




내 아이는 아직 어리다. 그래서 엄마로서 내가 겪어보지 않은 일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확고한 교육관이나 소신을 가지고 '나는 절대로 저렇게 하지 않을 거야' '저런 거 다 부질없더라' 라며 사교육을 안 시킬 거라고 장담은 못하겠다. 그렇지만 적어도 아이가 '남들만큼 살아야 한다' '남들보다 더 잘 살아야 한다'를 인생 목표로 삼게 하고 싶지는 않다. 나와 아이 인생의 경계 없이 마치 우리가 하나인 양 지나치게 몰입하면서 키우진 않겠다. 뭣도 모르는 초보 엄마의 패기라고 비웃음을 살지언정 다짐은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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