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우영 Mar 01. 2023

[이민일기] 플레이데이트가 뭐길래

미국에서 플레이데이트 하기

얼마 전 첫째 아이의 친구와 ‘플레이데이트(playdate)’ 했다.


상대방, 그러니까 아이 친구의 엄마도 눈치를 챘을까? 아이뿐 아니라 엄마인 나에게도 생애  플레이데이트로 인해 내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인생의 모든  경험처럼 처음이라는  자체가 주는 압박을 넘어 완벽하지 않은 언어, 낯선 문화가 더해져 나는 설레는 동시에 겁이 났다.  플레이데이트가 성사되기까지, 플레이데이트를 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사실 마땅한 후속 조치(?) 취하지 못한 지금도  마음은 상당히 불편하다.




미국에서 아이를 키우면서 빠질 수 없는 ‘플레이데이트’는 미국에서 아이들의 부모들이 서로 아이들을 함께 놀게 하기 위해 사전에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만나서 노는 것을 말한다. 요즘은 우리나라 엄마들도 많이 하긴 하더라만, 인간관계 확장에 취미가 없는 내향인은 일하는 엄마라는 핑계로 플레이데이트를 해본 적이 없더랬다.


하지만 새로운 나라,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고군분투하는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느 하굣길에 마주친 아이 친구 엄마 리아 ”플레이데이트 할 생각 있냐 “는 말에 난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Sure. Why not?” 그리고 덥석 리아의 번호를 받아왔다.


번호는 받았는데 얼마나 바로 연락을 해야 할지, 장소는 어디가 좋을지, 따로 간식을 챙겨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왔다. ‘대강 하면 되지 ‘ 남편의 비웃음에도 굴하지 않고 뉴욕에서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친구에게 연락해 팁을 요청했다. 그리고 챗GPT의 도움을 받아 보낸 문자를 시작으로 대망의 첫 플레이데이트는 일사천리로 추진됐다.


우습게 들릴 수 있지만 일요일 오전,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서의 플레이데이트를 앞두고 잠이 안 올 지경이었다. 간식이랑 놀거리를 챙겨 오겠다는 리아의 문자를 받고 음료와 스낵바를 준비했지만 이 정도면 될까? 만나서 애들 노는 동안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 애는 괜찮은데 엄마가 찌질하다고 다시 안 만나주면 어쩌나? 아이의 학교 적응에 도움은커녕 방해만 되는 게 아닐까?


알고 보니 애가 셋이었던 리아는 굉장히 정신없는 대신 털털한 사람이었고, 그녀의 지각과 혼잡한 공원 놀이터 덕분에 우리 모자의 첫 플레이데이트는 어영부영 무사히 끝났다.




, 아니다.

  초대를 받았으니 내가 플레이데이트를 주도할 차례인데 그날 이후 2 동안  가족이 아픈 바람에 생각만 하고 실행을 못했다. 후우, 이번에는 뭐라고 문자를 보내나?


플레이데이트가 뭐길래. 자식이 뭐길래.

작가의 이전글 내 인생의 띵언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