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우영 Jun 02. 2023

나의 생일

스물일곱, 서른일곱, 그리고 마흔일곱 

며칠 전은 나의 서른일곱 번째 생일이었다.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져서 설레던, ‘나의 날’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나던 시절은 지난 지 오래다. 서른 번째, 마흔 번째 생일처럼 왠지 의미 있는, 아니 의미를 부여하게 되는 생일도 아니었다.




그보다는 ‘우리 엄마는 지금의 나보다 열 살은 더 어렸을 때 엄마가 되었구나’ 요즘 기준으로 보면 젊다는 표현보다 어리다는 표현이 어울릴 나이에 엄마가 돼서 예민해서 잠도 잘 안 자고 많이 울었다는 나를 키우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다.




서른일곱의 나는 스물일곱의 나보다 얼마나 더 어른이 되었을까? 앞으로 십 년 뒤에는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 생각했다.


얼마 전 남편과 ‘십 년 전 꿈꾸던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에 대해 스치듯 이야기를 나눴다. 남편은 당시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걸 이룬 것 같다고 말했지만, 난 아니라고 말했다. ‘가정 family’만 보면 맞다.


약 7년 전 결혼을 했고, 여전히 남편과도 연인처럼 친구처럼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아들 딸 고루 낳아서 밝고 건강하게 키우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풍요롭고, 기쁨과 사랑이 넘치는 남들이 부러워할 만큼 예쁜 가정을 꾸려왔다.


그렇지만 솔직한 말로 나의 일, 커리어를 이렇게 내려놓게 될 줄은 몰랐다. (그간 안팎으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었고, 고작 서른일곱 살이기 때문에 앞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이보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모습의 삶을 꿈꿨었다.


후회를 하거나 돌아간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저 그 시절의 나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는 데에 이렇게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 희생이 따르는 줄 몰랐다. 스물일곱의 나는 그에 걸맞은 순진한 꿈을 꾸었을 뿐이다.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결정들을 했고, 그 결정들이 정말 최선이 될 수 있게 노력했다. 하지만 때론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게 아닐까?




아직은 모르겠다. 십 년 뒤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어떻게 살고 있기를 바라는지.

한 가지 확실한 건, 마흔일곱 살에는 ‘꿈꾸던 나’와 ‘지금의 내 모습’이 다르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작가의 이전글 하찮고 소중한 엄마의 일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