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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un 09. 2023

[이민일기] 누가 엘에이 날씨 좋다 그랬어?

엘에이 날씨에 적응하기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이 지역의 이름을 들으면 어떤 게 생각나는가?


아마 누구나, 심지어 한 번도 안 와본 사람까지도 ‘따뜻한 날씨’ ‘뜨거운 햇살’을 떠올릴 거다.


거주 기간 약 7개월을 채워가는 내가 느끼는 엘에이의 날씨? 춥다.

아, 배신도 이런 배신이 없다.




11월 중순 입국, 렌트한 콘도에 입주하고 한숨 돌리고 나니 12월, 그때부터 이상했다. 우기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장마철보다 심하게 비가 왔다. 그리고 그 비는 거의 3월까지 계속됐다. 엘에이에 수십 년을 산 사람들마저 이상한 날씨라고 혀를 내둘렀다. 둘째 프리스쿨 학부모들과 마주칠 때면 “What? Again?” “Oh, man! Enough is Enough” 미국인다운 오버액션을 선보이며 치를 떨었다.


이제 그치나 싶으면 다시 비가 내렸고, 기온은 함께 오르락내리락했다.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번갈아가며 아팠다가 나아졌다가 다시 아프기를 반복했다.


한국에서보다 더 자주 우산을 들고 장화를 신은 아이들


캘리포니아 주가 한참 동안 시달리던 가뭄에서 벗어났다는 기사를 읽고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생각하던 차에 4월부터 드디어 날씨가 따뜻해졌다. 한국에서 일 년에 몇 번 볼까 말까 손에 꼽히는 하늘을 만났고, 비가 많이 온 덕에 몇 년 만에 찾아온 ‘Super Bloom’으로 온 산과 들에 각종 꽃들이 활짝 핀 장관을 목격했다. 미세먼지나 황사 걱정 없이 아침이면 창문을 활짝 열고 상쾌한 공기를 들이마실 수 있어서 행복했고, 햇볕은 뜨겁지만 그늘은 꼭 에어컨을 들어 놓은 것 마냥 시원했다.




하지만 5월에 들어서며 이번에는 구름 낀 날씨가 시작됐다. ‘May Gray, June Gloomy’라나? What the… 부끄럽지만 사사롭다면 사사로운 날씨에 크게 동요하는 인간이라 오늘도 난 기상예보를 살핀다.


그리고 엘에이는 오늘도 ‘대체로 흐리며(Mostly cloudy)’, 최고 기온이 섭씨 21도에 불과하다.

누가 엘에이 날씨 좋다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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