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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un 22. 2023

[이민일기]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엘에이 근교 여행하기

생활은 다소 불편하지만 놀기에는 최적인 곳, 바로 여기 로스앤젤레스가 아닐까?




솔직히 생활은 ‘다소’ 보다는 ‘상당히’ 불편하다.

여러 가지 편의 시설과 인프라가 발달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그 모든 발달과 발전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살다 온 나는 여전히 자주 현타가 온다. 남편과 이야기할 때도 종종 “여기(엘에이) 사람들은 본인들이 엄청 대도시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겠지? 으이구 촌놈들” 키득거린다.




하지만 인정한다. 여긴 놀기에는 더없이 좋은 도시다.

어른들끼리 즐기는 유흥과 밤 문화는 모르겠지만(모르긴 몰라도 이건 서울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지 않을까?),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벗 삼아 놀기에는 최고다. 난 사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집에서도 잘 노는 사람, 즉 indoor person이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 아빠라면 다 알지 않나, 쉬는 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하여 반 강제적으로 outdoor person으로 살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엘에이는 천국이다.



우선 동네 곳곳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는데 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음은 물론이고 놀이터도 잘 되어있다. 둘째의 프리스쿨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여름방학을 시작했는데 매주 금요일마다 프리스쿨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원 투어가 꽤 재밌다.


그 유명한 게티 센터도 집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주차비 20불 외에는 별도의 입장료도 없다. 서쪽으로 20분을 달리면 산타모니카 해변이 나올 뿐 아니라, 해안 1번 도로(Pacific Coast Highway)를 따라 달릴 수도 있다.

게티 센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차로 5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샌프란시스코는 엄두를 못 내지만, 두세 시간 거리에도 특색 있는 도시들이 참 많다.


팜 스프링스

어쩌다 보니 7개월 동안 두 번이나 방문한 사막 도시. 조금 춥긴 하지만 겨울에도 야외 수영이 가능한 정도고, 꽤 유명한 휴양지라 숙박과 음식 모두 나쁘지 않다.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사막 풍경이 압도적이다.

팜 스프링스의 광활한 사막 풍경


샌디에고

아이들 봄방학에 다녀왔는데 레고랜드, 씨월드, 동물원, 비치 등 볼 게 많은 도시다. 2박 3일 일정이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레고랜드와 씨월드만 갔었는데 5살, 3살 우리 아이들한테는 딱이었다. 멀지 않으니 또 가게 되지 않을까?


산타바바라-솔뱅

개인적으로 미국에 와서 갔던 여행 중 최고였다. 5월이라 날씨가 좋았던 탓도 있겠고, 음식도 맛있고 도시 분위기도 근사했다. 특히 덴마크인들이 많이 살았다는 솔뱅은 아기자기 동화 속 마을 같았다.



나의 생활을 미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솔직히 평일에는 하루에도 수 차례 두 아이를 픽드랍하고, 삼시세끼 차려 먹고 치우고, 빨래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나?’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들로 산으로 바다로 놀러 다니면서 얼굴을 까만 콩처럼 탄 채 잔디밭만 보면 데굴데굴 구르고 거침없이 모래를 뒤집어쓰고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확신이 든다. 내가 지금만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는. 잘하고 있다는. 이게 맞다는.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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