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일기]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

엘에이 근교 여행하기

by 하우영

생활은 다소 불편하지만 놀기에는 최적인 곳, 바로 여기 로스앤젤레스가 아닐까?




솔직히 생활은 ‘다소’ 보다는 ‘상당히’ 불편하다.

여러 가지 편의 시설과 인프라가 발달한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그 모든 발달과 발전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 서울 시내 한복판에 살다 온 나는 여전히 자주 현타가 온다. 남편과 이야기할 때도 종종 “여기(엘에이) 사람들은 본인들이 엄청 대도시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겠지? 으이구 촌놈들” 키득거린다.




하지만 인정한다. 여긴 놀기에는 더없이 좋은 도시다.

어른들끼리 즐기는 유흥과 밤 문화는 모르겠지만(모르긴 몰라도 이건 서울 발뒤꿈치도 못 따라가지 않을까?), 아이들과 함께 자연을 벗 삼아 놀기에는 최고다. 난 사실 집에 있는 걸 좋아하고 집에서도 잘 노는 사람, 즉 indoor person이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 아빠라면 다 알지 않나, 쉬는 날 하루 종일 집에 있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그리하여 반 강제적으로 outdoor person으로 살고 있는 우리 가족에게 엘에이는 천국이다.



우선 동네 곳곳에는 크고 작은 공원들이 있는데 넓은 잔디가 펼쳐져 있음은 물론이고 놀이터도 잘 되어있다. 둘째의 프리스쿨은 남들보다 조금 일찍 여름방학을 시작했는데 매주 금요일마다 프리스쿨 친구들과 함께 하는 공원 투어가 꽤 재밌다.


그 유명한 게티 센터도 집에서 30분이면 갈 수 있는데 주차비 20불 외에는 별도의 입장료도 없다. 서쪽으로 20분을 달리면 산타모니카 해변이 나올 뿐 아니라, 해안 1번 도로(Pacific Coast Highway)를 따라 달릴 수도 있다.

게티 센터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차로 5시간 이상을 가야 하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이나 샌프란시스코는 엄두를 못 내지만, 두세 시간 거리에도 특색 있는 도시들이 참 많다.


팜 스프링스

어쩌다 보니 7개월 동안 두 번이나 방문한 사막 도시. 조금 춥긴 하지만 겨울에도 야외 수영이 가능한 정도고, 꽤 유명한 휴양지라 숙박과 음식 모두 나쁘지 않다. 끝없이 펼쳐지는 광활한 사막 풍경이 압도적이다.

팜 스프링스의 광활한 사막 풍경


샌디에고

아이들 봄방학에 다녀왔는데 레고랜드, 씨월드, 동물원, 비치 등 볼 게 많은 도시다. 2박 3일 일정이라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레고랜드와 씨월드만 갔었는데 5살, 3살 우리 아이들한테는 딱이었다. 멀지 않으니 또 가게 되지 않을까?


산타바바라-솔뱅

개인적으로 미국에 와서 갔던 여행 중 최고였다. 5월이라 날씨가 좋았던 탓도 있겠고, 음식도 맛있고 도시 분위기도 근사했다. 특히 덴마크인들이 많이 살았다는 솔뱅은 아기자기 동화 속 마을 같았다.



나의 생활을 미화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솔직히 평일에는 하루에도 수 차례 두 아이를 픽드랍하고, 삼시세끼 차려 먹고 치우고, 빨래를 하느라 정신이 없고, ‘내가 왜 이러고 살고 있나?’ 싶은 순간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들로 산으로 바다로 놀러 다니면서 얼굴을 까만 콩처럼 탄 채 잔디밭만 보면 데굴데굴 구르고 거침없이 모래를 뒤집어쓰고 노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확신이 든다. 내가 지금만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다는. 잘하고 있다는. 이게 맞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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