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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우영 Jun 23. 2023

왜 쓰냐고 묻거든

엄마가 글을 쓰는 이유 

혹시 당위에 사로잡혀 ‘글을 써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다. 나는 주저앉지 않았고 계속 성장하고 있어, ‘엄마’가 아닌 ‘나’도 잃지 않고 있어, 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랄까. 하지만 내심은 ‘난 더 이상 글 쓰고 싶지 않아’일 수도 있다. 나는 진심으로, ‘지금 글을 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적어도 자기 자신만큼은 정직해야 한다고 믿는다. - 임경선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


책을 읽다 흠칫하고 말았다. 내 이야기인가?


그럴지도 모른다.

이래저래 직업인(혹은 사회인)으로서 일하지 않는 기간이 쌓이다 보니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처절하게 애쓰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무도 요구하진 않지만. (아니, 요구할 리는 없지.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활동하지 않는 나까지 신경 쓸 여력이나 필요가 없을 테니까) 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은 이역만리에서 본격 전업맘으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나에게 엄청난 크레딧을 주기까지 한다.



한참 고민했다.

사실은 글을 쓰고 싶지 않지만, 당위에 사로잡혀 글을 쓰고 있나? <남들 눈에는 좋은 대학 나와서 남편이랑 애들 뒷바라지나 하며 주저앉은 여자로 보일지 몰라도, 내가 나름대로 계속 뭔가를 하고 있어! 나 꾸준히 글도 쓰는 사람이야! 이러다 작가로 등단하게 될지 누가 알아?> 이런 어쭙잖은 마음으로 글 같지도 않은 글들을 쓰고 있는 걸까?




그러다 예전에 필사해 둔 칼럼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살면서 후회되는 게 많지만 가장 큰 후회는 글을 쓰지 않은 것이다… 생각은 향기와 같아서 그 순간 붙잡아 두지 않으면 날아가 버린다고. 나는 ‘괜찮은’ 생각들을 날려 버린 것에 대해 이제 와 강하게 후회한다. … 사회적 존재들은 다른 존재와 연결되지 않으면 외롭다는 것. 이때 글쓰기야말로 외로움을 다루는 매우 지혜로운 방법임을 여러 작가들로부터 듣는다.  안쪽의 생각을 글로 써 꺼내 보였는데 좋다 해주는 이를 만나면 외롭고 불안했던 마음이 환해지는 거다. - 출처: 동아일보. 최인아 동아광장 - 


그래, 이거다.

나는 가끔 스치는 ‘괜찮은’ 생각들을 날려 버리지 않기 위해, 다른 존재와 연결되기 위해 글을 써왔고 쓰려한다.


아 물론, ‘글이라도 써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당위에 사로잡힌 면도 조금은 있을 거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할지언정 아무것도 안 하면서 징징대는 것보다는 멋지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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