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다정한 ‘나의’ 아들
주원이는 참 다정하다.
다정한 것도 기질이고 성격인지 아주 아가 때부터 그랬고 만 6세를 앞둔 지금도 그러하다. 이보다 30살 많은 남편, 즉 ‘다정 유전자’를 물려준 것으로 추정되는 주원이의 아빠를 보면 쭈욱 이어지는 듯하다. 누구에게 다정한지, 그 대상은 달라질지언정.
가장 먼저, 그리고 많이 다정함의 수혜를 얻은 건 물론 나다. 엄마가 뭔지, 부모자식은 대체 전생에 어떤 연으로 이어져 있던 건지. 이러저러한 이유로 야단도 많이 치고 때론 윽박을 지르는 엄마지만, 주원이는 한결같이 다정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숨 쉬듯 하는 아이, 고작 학교에 다녀온 후에 “엄마가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날 뻔했다”는 감수성이 풍부한 아이, 글자를 배운 후에는 그림과 함께 짤막한 편지도 종종 선물하는 아이다. (물론 말을 오지게 안 들어서 내 속을 뒤집을 때도 많다)
첫 손주인 주원이에게 물심양면 사랑을 퍼붓는(‘주는’, ‘베푸는’으로는 부족한 수준의) 나의 엄마, 주원이의 할머니 역시 조금은 무뚝뚝한 딸들에게도 받아보지 못한 다정한 사랑 고백을 자주 받는 대상이고, 아빠, 할아버지, 이모, 삼촌, 사촌동생 등 그의 다정함은 꽤나 깊고도 그 범위가 넓은 편이다.
하지만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인 일등, 주원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바로 동생 다민이다. 28개월 차이 나는 여동생을 둔 주원이는 질투의 감정을 보인 적이 없다. 내가 둘째 출산 후에도 첫째 위주로 육아를 했기 때문일 수도, 할머니 할아버지 가까이 살면서 부족하지 않은 사랑을 받은 덕분일 수도 있지만 사랑이 넘치고 다정한 성격인 게 가장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민이가 태어난 후부터 주원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사람’도 다민이고, ‘제일 사랑하는 사람’도 다민이다.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싶은데 귀찮아하는 다민이 때문에 운 적도 많고, 다민이와 함께 놀고 싶어서 건드렸다가 다민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고 싸우는 바람에 자주 혼이 난다. 그럼에도 그의 사랑은 멈출 줄 모른다.
에피소드 1.
얼마 전 남편 친구의 가족을 만났는데 다민이와 동갑인 그 집 딸 A가 다민이를 너무 좋아하는 거다. 다민이 머리카락과 얼굴을 만지면서 애정표현을 하는 A를 보고 위기의식을 느낀 걸까? 덩달아 다민이를 꼭 껴안고 뽀뽀를 하면서 “엄마, 내가 더 다민이를 사랑하지? 내가 제일 사랑하지?” 어, 어 그래…
에피소드 2.
최근 한 달 동안 방문한 한국에서 둘을 같은 놀이학교에 보내고 있다. 등원 첫날, 다민이가 나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엉엉 울었는데 이후 주원이는 하루에도 수 차례씩 다민이의 교실을 살핀다고 한다. 다민이가 잘 놀고 있는지, 울지는 않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 물론 다민이는 첫날 이후 한 번도 울지 않고 잘 지내며 딱히 오빠를 궁금해하지도 않는단다.
가끔은 ‘아이고 다민아, 너 나중에 연애하기도 쉽지 않겠다’ 싶지만, 우리 그의 다정함이 여자친구, 부인을 향하기 전까지 만끽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