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09월 28일 기억
장시간 비행으로 지쳐 잠든 언니를 깨워보았으나 쉬이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언니를 뒤로하고 호스텔을 나왔다. 노을 지는 시간에 맞춰 미켈란젤로 언덕까지 올라가야 한다.
어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던 그 사람은 없다. 시끄러웠었는데 잘 됐지...
어제와 같은 그 아저씨에게 3유로에 맥주를 사고 적당한 자리를 물색하다 난간에 기대니,
내 앞으로 계단 한 칸에 중국인 한 명씩 대포 같은 카메라를 들고 있었고,
왼쪽으로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주로 연인들이) 맥주 한 병과 피자 한 판을 시켜놓고 앉아있었다.
혼자 여행한 지 8일째, 외로움에 아무나 붙잡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경지가 되었을 때 언니를 만났으나
또다시 혼자 여행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외로움이 도져 있던 찰나였다.
오른쪽 난간에 있는 아저씨 한 명이 날 찍는 것 같다. 눈짓을 주니 윙크를 한다. 뭐지;
심심하던 차에 잘 되어 Sergei라는 사진작가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다가, 사진 몇 장을 더 찍혔다.
미켈란젤로 언덕은 노을 질 때가 가장 이쁘지만
이 날은 아저씨가 사 준 레몬 넣은 코로나를 한 병 더 마시고, 피렌체에 어둠이 내려앉을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다 내려왔다.
피렌체의 노을은 붉고 피렌체의 야경은 노랗고 사진 속의 피렌체는 새파랗다.
언니와 함께 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언제 또 갈 수 있을까?
by 꾸꾸까까세계여행. 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