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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Feb 23. 2017

[터키] 그러니까

2017년 02월 10일 회상

- Prologue-


그러니까, 터키는 2014년 8월에 갔다. 

언니야 여름방학을 맞추느라. 극성수기인 8월에는 100만 원 정도면 중국남방항공을 타고 경유 2번을 해서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말이 경유 2번이지만, 체류 시간도 2~3시간 정도로 짧고, 베이징과 우루무치 공항도 한 번 밟을 수 있고, 중국남방항공 기내에는 영화를 볼 수 있는 등의 스크린이라는 기기가 없고 아이패드에 받아간 영화를 보지도 못하게 하지만, 독한 술을 세 잔정도 원샷하고 잠 푹 자고 일어나면 다음 경유지에 도착하고, 나름 2-4-2 좌석이라 편하고, 우루무치 공항의 푸세식 화장실의 냄새가 과연 공항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라는 나름의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러니까, 경유 2번 정도 해서 중국남방항공 타는 것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말이다.


+ 어제 찾아봤는데, 아시아나 인천발 터키 직항 (4월) 항공권이 61만 원이다.

+ 필요조건: 젊음, 열정, 패기 (회사 지원할 땐 필요 없음)


서론이 길었는데, 그러니까, 터키는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곳인가 보다. 아래부터는 터키 여행을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빼놓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벌룬 투어에 관한 이야기이다.




괴레메는 가기 힘든 곳이다. 안탈리아(Antalya) 버스터미널에서 밤 10시에 출발하는 야간 버스를 타고 9시간을 달려 괴레메에 도착한다. 우리나라 우등 고속버스보다 시설이 꽤 좋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지만, 그래도 편히 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언니야와 내가 탔을 때는 만원이 아니어서 한 사람당 두 자리씩 차지하였다. 톰 크루즈를 닮은 승무원 한 명이 같이 타서 중간중간 물과 간식을 나누어 준다.


"야끄스끌라 에르켘, 나라데?"


벌룬 투어는 보통 세 타임으로 나누어서 예약할 수 있다. (a) 상공에서 일출 감상 (b) 해가 서서히 올라옴 (c) 해가 다 뜨고 난 후. 우리는 (b) 타임을 선택했지만, 그래도 엄청 새벽부터 호텔 방 문을 두드리며 깨우니 일단 화장할 생각은 하지도 말고, 카메라 배터리를 완충해놓고 바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잠을 청해야 한다. 아니면 터키인들의 그것처럼 one minute을 남발하게 될 테니.


두번째 타임을 선택해도 새벽에 깨우러 오니...
화장할 생각은.. (꾸꾸미안)
옆에 있으면 따뜻하다.


각 국에서 온 사람들이 한 차를 타고 어딘가로 달려가다 우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바스켓 옆에 내리게 된다. 옹기종기 모여 벌룬에 열을 가득 담아주는 것을 구경하고 있으면 한 명씩 낑낑 대며 바스켓에 올라타게 된다. 개인적으로 일출을 감상하는 첫 타임보다 해가 서서히 올라오는 두 번째 타임이 관광객으로서나, 사진작가로서나 꽤나 만족할 만한 선택이 될 것이다.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괴레메의 넓은 자연을 담아내기에 너무나 아름다운 시간이다.


+ 좋은 건 크게 크게


하늘과, 바람과, 햇빛과, 이미 착륙하던 아이들과, 함께 떠오르던 아이들
Captain, oh my captain
괴뢰메의 굴곡진 자연과, 빛과 그림자와, 노란 아침 햇살과 노란 벌룬
뒤를 돌아보면.


탁 트인 괴레메를 상공에서 올라가 본다는 것은 아침해가 내 뒤에 있을 때, 내 앞에 있을 때, 아래를 볼 때, 위를 볼 때, 빛이 만드는 색색의 향연을 감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어둑어둑함과, 푸르스름한 것과, 따뜻해지는 노란 햇살과, 점점 밝아지는 하늘과, 파란 하늘, 아직 새벽에 잠긴 아래 마을.


벌룬을 두 번만 탈 수 있었다면, 한 번은 카메라를 들지 않고 탔을 것이다.


+ 좋은 건 크게 크게.


트임.
하늘 빛.
사랑하는 사진.


바스켓에 탄 사람들끼리 옹기종기 모여 서로 자리를 바꿔주며 사진을 찍어주게 되는데, 이 짧은 순간 서로가 꽤 친해진다. 착륙할 때는 지면과 부딪히며 꽤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에 안전 자세를 취하고 바스켓 안에 몸을 낮추고 있을 때도, 우리는 공동 운명체라는 생각이 들고, 성공적으로 착륙하면 다 같이 샴페인을 마시며 축하를 하는 시간도 있기 때문에, 더 즐거운 경험으로 남았다.


선크림.
사진 작가들의 스팟.
이제는 빼서 없어져 버린 점.


2008년 고3이었나, 이니그마라는, 내가 좋아하는 여행 사진작가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게 된 터키 벌룬 투어 사진 한 장에 반해 마음속에 담아온 터키를 2014년에 결국 가게 된 것이다. 왜 터키를 갔어? 옛날에 내가 블로그에서 사진 한 장을 봤는데... 이런 너무나 사소한 이유로 정해버리는 여행지는 이것저것 검색해서 정해진 여행지보다 훨씬 많은 것을 선사한다. 이 글을 읽는 누군가라도 마음에 담아두고 있는 여행지가 있을 텐데, 왜 그런 여행지 있지 않나, 그냥 언젠가부터 마음속에 담겨있는 그런 여행지, 지나가다 흘긋 본 사진 한 장, 좋아하는 책의 배경이 된 곳이라던지. 그러니까, 언젠가라도 꼭 떠나자.


터키 여행 시 안전에 유의해야 하는 요즈음과 비교해 볼 때, 내가 첫 해외 여행지로 터키를 선택하고, 야간 버스 타고 9시간 달려서 벌룬을 타러 간 선택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일생에 한 번뿐일 수밖에 없다는 경험을 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며 동시에 마음이 아려온다.


by 꾸꾸까까 세계여행.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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