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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꾸까까 Feb 18. 2017

[터키] 불러오기

2016년02월15일 회상

- Prologue -


아름다웠던 터키 석양의 기록.


그 위에서의 햇빛, 바람과 공기의 온도, 내 눈앞으로 펼쳐지는 일몰과, 석양이 만들어내는 붉은 산맥을 글로 표현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눈만 감으면 아직 절벽 위에 서서 내 몸을 휘감던 바람과 태양이 만들어주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느낌이 글로 표현이 될까. 눈만 감으면 내 뒤의 돌산이 햇빛을 받아 붉게 변해버린 그 웅장한 광경이 보이는데, 그때 찍은 사진을 다시 살려낼 수 있을까.




그 절벽은, 터키 괴레메 윗동네인 카부진(Cavusin, Nevsehir)에서 2박 3일간 묵은, 동굴호텔의 뒤에 있는 언덕으로 올라가면 꼭대기까지 갈 수 있다. 그린투어를 하고 와서 호텔에서 쉬다가, 막연히 호텔 뒤로 보이는 절벽에 올라가면 일몰이 이쁘겠거니 생각하고, 주인아주머니 아저씨께 물었다.


"저기 어떻게 올라가죠? 저기 올라가면 일몰이 잘 보일까요?"

"Sure."


도착지점만 바라보며 이리저리 오르막길을 따라가다 보면 재미있는 마을의 모습을 하나하나 담을 수 있었다. 정상에 다다라 보니 여기가 말을 타고 일몰을 구경하는 레드 투어 팀의 출발지였다. 말똥과, 수십 마리의 말. 큰 개들, 어수선한 사람들, 무엇을 기다리는지 내 머리 위로 떼를 지어 날고 있는 까마귀. 세차게 부는 바람. 지평선이 보이는 파노라마. 360도 어디로 눈을 돌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광활한 황토색 연둣빛의 대지, 지평선 가까이 까지 내려가 엄청 커져버린 해가 뿜어내는 하얀빛.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분위기임에 틀림없다.


길을 가다 문득, '아... 이 냄새, 이 바람, 이 온도... 지난날 여행했던 곳의 그것이었어', 라는 경험을 가끔 한다. 그러나 절벽 위의 나를 압도하던 그 모든 풍광은 내 인생에 한 번밖에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터키 야옹이
터키 국기를 보고 걸었다.



길을 걷다 보면 귀여운 고양이도 만나고, 스쿠터 타고 돌아다니는 터키 주민도 만난다. 길바닥은 돌바닥인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돌가루 먼지가 날린다. 기분 좋은 따스함이 감도는 저녁이었다.


저기 터키 국기가 꽂혀있는 곳을 보았다. 저기 가면 일몰이 괜찮겠네,라고 생각하고 깃발만 보며 올라갔다. 꽤 높기 때문에 돌아 돌아 구불구불한 언덕길을 올라가야 한다. 벌써 해가 살살 지고 있어서 돌을 깎아 만든 옛 마을의 벽으로 노란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정상. 까마귀 떼.



해가 지는 동안 시시각각으로 하늘의 색깔이 변했다. 어느 한 방향으로도 막힌 곳이 없어서, 제자리에 서서 한 바퀴 빙 돌아보면, 그때도 눈길 닿는 곳마다 색깔이 변한다.





지평선에 다다른 해를 등지고 서있자면, 높은 바위산이 노을 붉은빛으로 물들어 이글거린다. 바위산은 불타는 듯한 붉은색인데 분홍빛이 환하게 감돈다. 눈이 부시고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바람은 세차게 부는데 햇빛이 가까이 있어 따듯하다. 압도당하는 듯한 느낌에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바위산에서 분홍빛이 뿜어져 나왔다.
과자 숨기기.



등산 필수품 과자를 한 봉지 들고 올라갔는데, 말처럼 큰 개 한 마리가 코를 킁킁대며 자꾸 쫓아온다. 과자를 몇 개 던져주니 맛이 있는지 더 따라온다. 사진 찍는데 바닥에 내려놓으면 우리 소중한 식량을 뺏어먹을게 분명하다 보니 모든 사진이 한 손 뒷짐이다.



커플에게 양보해준 낭만적인 최고의 뷰 포인트
그리고 일몰.



첫째 날, 심야버스를 9시간 타고 괴레메 버스정류장에 내려(졌)을땐 당황스러웠다. 우리가 예약한 Phocas Suits는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타고 15분가량 올라가야 하는 카부진(Cavusin, Nevsehir)이란 마을에 위치해있기 때문이다. 언니야와 나는 내려서 당황. 카부진은 괴레메와 다른 동네라 시외전화요금이 든다며 돈을 요구하는 작은 투어 사무실의 아저씨에게 전화를 부탁드렸다.


아저씨는 자기 투어 사무실에서 투어 상품을 예약하면 전화를 공짜로 해주겠다고 하셨다. 그의 영업력.



수제 가지잼을 비롯하여 무척 신선하고 맛있는 터키식 조식을 준비해 주셨다.
카부진 마을의 야경은 괴뢰메의 그것보다 훨씬 조용하고, 더 잔잔한 노란빛이며 더 따듯했다.



터키는 언제라도 떠나기에 절대 늦지 않았다.



by 꾸꾸까까세계여행. 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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