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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용 May 13. 2024

시기 질투

어느 한 마을에서 파와 양파는 함께 자랐다. 파는 어릴 때부터 길쭉하고 늘씬하여 주변으로부터 칭찬이 자자했다. 그래서인지 기세가 당당하며 본인도 은근히 좋아했다. 그에 비해 양파는 짜리몽땅하여 파에게 매일 비교당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평소처럼 물을 먹고 햇볕을 쬐며 열심히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파는 우연히 마을 사람들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다. 

“요즘에는 파보다 양파가 낫지?”

“그렇지. 파는 이제 별 볼 일 없지 않아?”


파는 충격을 받았다. 변함없이 그대로 자랐는데 자신보다 못났던 양파에게 처음으로 뒤처졌기 때문이다. 이를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어 결국 양파에게 찾아가 헐뜯기 시작했다. 거친 숨을 내쉬며 껍질부터 알맹이까지 낱낱이. 의사 따위 안중에 없이. 자기 멋대로. 


끝으로 모든 형체를 조각내놓고 피식 웃으며 한마디 했다. 

“별거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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