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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용 Jun 20. 2024

현몽

 우리 어머니는 홀로 자식들을 위해 모든 뒷바라지를 하시다가 돌아가셨다. 맏이라는 책임감에 나도 일찍이 가족을 위해 치열하게 살았지만, 죽음 앞에서는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었다. 어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식사하며 시간을 보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때로는 어머니를 다시 만나려면 내가 죽어야 할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밤마다 술잔을 기울이며 슬픔을 달랬다.


 오늘도 그런 여파로 인해 머리가 지끈거려 잠에서 깼다. 나는 곧장 물을 마시러 부엌으로 향했다. 어두운 부엌 창문 너머로 달빛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 빛의 끝에는 세상에서 제일 보고 싶었던 어머니가 또렷하게 눈앞에 계셨다. 어머니는 옛날과 같은 따뜻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살아계실 때 한 번도 하지 못했던 일을 했다. 말없이 어머니의 등을 감싸안았다. 이윽고 흐느낌이 목구멍을 타고 올라와, 꺼익꺼익 소리 내며 눈물로 어머니의 어깨를 적셨다. 하지만 반가움도 잠시, 어머니는 내 눈물에 의해 점점 희미해져 갔다. 필사적으로 움켜쥐어 봤지만, 일렁이는 바람과 함께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나는 꿈속에서도, 깨어난 후에도 속절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진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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