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물 위에 비친 달빛을 달이라 부를 수 있을까.
찰랑이는 수면 위 형상의 일부만으로, 전체를 말할 수 있을까.
시선이란 언제나 포착된 표면과 포착되지 않은 이면들의 집합체. 정의를 내리기엔 언제나 불완전한 근거. 표정을 읽을 수는 있으나, 마음속의 결까지는 닿지 못하는 이치. 그런데도 단면으로 전체를 판단하고, 존재를 규정한다. 그 틈의 깊이를 놓친 채. 진심은 드러남이 아니라, 늘 그 뒤편의 고요 속에 숨을 고르고 있음에도.
눈에 스친 인상만으로는 결코 전모에 이르지 못한다. 순간의 빛이 흔들릴 때 그 아래에서 숨죽인 기분들도 천천히 체온을 바꾼다. 결국 이해는, 한 장면이나 한 문장을 전부로 오독한 관성을 벗어내는 데서 비롯된다. 그렇게 비워낸 시선으로 침묵의 층위에서, 머뭇거림과 여백 사이에서, 자신조차 아직 제 형태를 구현하지 못한 선택의 경계에서 진실이 모습을 드러낸다.
판단보다는 감각에 기울여, 미묘한 흔적을 감지하며 본질에 가까워지기를 기다려주는 일. 선명함을 좇기보다, 모호함까지 함께 바라보는 일. 그 조용한 기다림이 비로소 마음을 열어 놓는다.
사진 출처_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