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류>
어지럽다.
이끄는 대로 아무 문제 없이 흘러왔다 믿었는데, 소용돌이였나보다. 뒤숭숭한 감정들이 안부도 없이 감각 위에 착지한다. 공기 속에서조차 가늠할 수 없던 것들이 점점 무게를 얻는다. 좋은 숙주를 만난 모양이다.
가시에 찔린 적은 없지만, 하나둘씩 사라지는 기분이다. 거기에 숨통을 조여 오는 무의식은, 진자처럼 균형을 시험한다.
고통은 몸이 보내는 구조 신호였다. 그러나 감내하며 살다 보니 인내가 자랐고, 고통은 갑절로 성장했다. 밤마다 붉어지는 뺨 위를 타고 흐르는 선량한 행위를 훔치며, ‘정신 차리자’라 되뇌는 의식적 자아. 모든 상황을 변호하고 지키는 줄 알았다.
돌연 자아마저 당황하게 만드는 충동이 나타났다. 별일 아니라고 넘겼지만, 거울 속 눈빛은 아픈 사람을 위로하기보다 그런 모습마저 증오로 가득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풀리지 않은 문장에 억지로 마침표를 찍은 탓일까. 확증을 무참히 외면하며 하루를 이어간 탓일까. 무너진 적 없으면서, 무너질까 두려워 가짜에 굴복한 탓일까.
처음으로, 안아본 적 없는 나를 안았다.
날이 밝을 때까지.
꼭.
사진 출처_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