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采溫> (채온)
어김없이 미끄러지는 세상. 의미를 찾기도 전 공기마저 압도한 에고. 입 열면 묵념을 요구. 자각 없는 인스턴트 악의. 무릎 꿇은 의식. 차오르는 망막. 매번 갈아 끼우는 둥지. 말라가는 그림자.
하나 죽으란 법은 없다는 듯, 벼랑 끝에서도 손을 내밀어 주는 존재가 있다.
애타게 흐느끼는 감정선을 몇 번이고 안아준 사람. 웅크린 겁쟁이를 안간힘 내게 도와준 사람. 커질 슬픔의 한계를 함께 늘려준 사람. 흠결의 모서리를 개성으로 둥글게 다듬어준 사람. 불행 속에서도 사소한 온도를 발견해준 사람. 마주 닿은 불안과 용기를 떼어준 사람.
구원의 이름이 아닌, 내일을 보게 하는 머무름. 이치로 풀기 전 새겨진 미소. 마음이 없는 사람이 될 뻔했던 사람을 틀림없이 살아가게 하는,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중력이었다.
(참고)
에고 -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고, 사회 일반의 이익은 염두에 두지 않으려는 태도.
사진 출처_kelly sikke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