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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닐라라떼 Mar 11. 2019

1. 하나님의 나라와 이스라엘 국가 (1)

이스라엘 민족 안에 내재된 소망, '여호와의 날'

혹시 ‘영점(零點) 조정’ 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군대를 다녀오신 형제들은 알겠지만, 총을 새롭게 지급받으면 사격훈련 전 반드시 해야 하는 단계가 있는데, 바로 영점 조정입니다. 이것은 사격이 정확하게 되도록 총을 조정하는 으로서 총기의 조준점과 탄착점이 일치하도록 가늠쇠와 가늠자를 개인에 맞게 조절하는 작업입니다. (전문 용어가 벌써 다섯 개나 나왔습니다.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쉽게 말해 영점 조정이 잘못된 상태에서 사격을 하면, 나는 분명히 A라는 지점을 향해 조준을 하고 방아쇠를 당겼는데 정작 총알은 A+1 이라는 지점에 맞게 됩니다. 실전에서 이런 상태의 총을 들고 나간다면 적을 맞추지 못할 뿐 아니라 도리어 본인이 죽게 될 수도 있는 것이죠. 따라서 총을 지급받은 군인은 먼저 영점 사격이라는 과정을 거치는데, 사격 후 과녁에 총알이 몰려있는 지점을 보고 총기의 영점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영점 사격 결과가 보이시나요? 분명히 가운데를 조준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총기의 영점 조정이 필요합니다.



 갑자기 왜 영점 이야기를 하느냐구요? 영점이 잘못되면 아무리 정확히 조준해도 결과는 실패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우리의 인생도 정확한 방향을 잡지 못하면 아무리 열심을 낸들 헛수고가 될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나님의 일에 대한 열심으로 충만한 사울을 만나 “어찌하여 네가 나를 핍박하느냐”라고 질문하셨던 것을 생각해 봅시다.)


 고대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의 나라'는 낯선 개념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단순히 알고 있는 수준이 아니라 그것은 그들의 삶 뼛속까지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늘 그 나라를 고대했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여호수아서부터 열왕기하까지 읽어보신 분들은 다 아시다시피, 이스라엘은 실패했습니다. 국가는 분열되었고 북 이스라엘은 앗수르에, 남 유다는 바벨론에 멸망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흩어져버렸습니다. 나중에 다시 살펴보겠지만, 이 결과는 하나님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들이 철저히 잘못된 방향으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실패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존 브라이트는 (이후로부터는 그냥 '저자'라고 부르겠습니다. 다른 책을 참조할 경우만 그 책의 저자명을 언급하겠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잘못된 시각을 그 이유로 꼽습니다. 그들은 그릇된 영점을 갖고 있었고 그것을 수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어떤 면에서 그들이 잘못되었는지 차근차근 살펴보도록 합시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유대인들의 인식


 마가복음 1장을 보면, 예수님께서 공생애를 시작하시면서 선포하신 첫 메시지가 나옵니다. 


이르시되 때가 찼고 하나님의 나라가 가까이 왔으니 회개하고 복음을 믿으라 하시더라 (마가복음 1:15, 개역개정) 


 이후에도 예수께서는 어디를 가시든 하나님의 나라(마태복음에서는 '천국')를 전파하셨습니다. 그 나라가 어떤 성격을 갖고 있는지, 누가 그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지, 그 나라에 가려면 어떤 마음가짐이어야 하는지...

 그러나 놀랍게도 '하나님의 나라'라는 표현은 복음서를 제외하고는 신약에 거의 나오지 않으며, 구약에는 아예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의 이 선포를 들었던 백성들은 예수께 "하나님 나라요? 그게 대체 뭔데요?"라고 질문하지 않았습니다. 직접적인 단어로 표현되지 않았을 뿐, 그들에게는 그것만큼 익숙한 개념이 없었던 것이지요.


 이것에 대해 성경에서 몇 가지 사례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성경의 예언서 중 '아모스' 라는 책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유명한 구절이 나옵니다.


화 있을찐저 여호와의 날을 사모하는 자여 너희가 어찌하여 여호와의 날을 사모하느뇨 그 날은 어두움이요 빛이 아니라 (아모스 5:18, 개역개정)


이 본문을 잘 살펴봅시다. 아모스 선지자는 "당신들이 그토록 여호와의 날을 사랑하며 기다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 날이 정말 좋은 날이 될 것 같지만 그것은 착각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모스가 착각이라고 책망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일단 제쳐둡시다. 중요한 부분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여호와의 날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하며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모스 선지자는 이를 전제로 그들을 책망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례도 살펴볼까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해 마지 않는 이사야서를 찾아봅시다. 이사야서에는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여호와의 날'에 이러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바빌론이 전에는 가장 아름다운 나라여서 갈대아 사람들의 자랑거리였으나, 하나님께서 소돔과 고모라처럼 바빌론을 멸망시키실 것이다. (이사야 13:19, 쉬운성경)


여호와께서 야곱 백성을 불쌍히 여기시고, 이스라엘을 다시 선택하셔서 그들을 고향에서 살게 하실 것이다. 그 때에 외국 백성도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와서 야곱 백성과 하나가 될 것이다.
여러 민족이 이스라엘 사람을 고향으로 데려다 줄 것이며, 이스라엘 백성은 여호와의 땅에서 그들을 남종과 여종으로 삼을 것이다. 옛날에는 이스라엘 사람이 그들에게 사로잡혀 갔으나 이제는 그들을 사로잡고, 자기들을 압제하던 자들을 다스릴 것이다. (이사야 14:1~2, 쉬운성경)


그 날이 오면, 이새의 뿌리가 온 백성의 구원의 깃발로 세워질 것이며, 민족들이 그를 찾아올 것이다. 그리하여 그가 있는 곳은 영광으로 가득 찰 것이다. (이사야 11:10, 쉬운성경)



 이사야 선지자는 백척간두에 있는 국가의 상황 속에서 여호와의 날을 노래하며, 그 날은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강대국의 멸망과(13:19) 이스라엘의 회복(14:1~2), 그리고 참된 구원자가 와서 통치하는 시대(11:10)가 될 것이라고 예언합니다. 이는 이사야만의 생각이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 모두의 의식속에 자리잡은 소망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지금은 우리가 이렇게 고생을 하고 있지만 하나님께서 정하신 날이 되면 그 분이 친히 오실거야. 강대국들, 너희들이 잘난체 하지만 하나님이 너희를 다 벌하실거야. 그리고 우리는 세상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앙망하는 민족으로 다시 세워질거야. 그 날이 오기만 한다면!" 이라는 정신이 이스라엘 백성들 마음 속에 다 있었던 것입니다.




소망의 원류(源流)


 이처럼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하는 ‘여호와의 날’은 이스라엘이 갈망하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소망은 이스라엘이 어떤 역경을 만나더라도 인내를 할 수 있게 해 주 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생겨나게 된 걸까요? 이런 소망의 정신이 자리잡기 시작한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너희가 내 목소리를 듣고 내 언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백성 중에서 나의 보물이 될 것이다. 온 땅의 백성이 다 내게 속하였지만, 너희는 내게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이 될 것이다.' 너는 이 말을 이스라엘 백성에게 전하여라. (출애굽기19:5~6, 쉬운성경)


 이 하나님의 말씀이 언제 선포되었는지 짐작하시나요? 네. 맞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출애굽 이후입니다. 출애굽은 그 자체로 큰 사건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사건의 표상이 되기도 합니다. 출애굽은 이집트의 압제 속에 신음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을 순수한 하나님의 능력만으로 끄집어 낸 놀라운 기적입니다. 이 사건으로 이집트는 처참히 파괴되었으며 백성들이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내 장자라"고 엄숙히 선포하신 하나님의 말씀이 능력으로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 막판에 이집트 군대가 이스라엘을 사로잡으려고 추격해 왔지만 그것은 오히려 홍해를 가르시는 하나님의 더 큰 능력을 보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후 하나님께서는 시내 광야의 산에서 모세를 불러 백성들과 언약을 맺으십니다. 이 땅에 많은 백성들이 있지만 너희를 내가 특별히 선택해서 제사장 나라와 거룩한 백성으로 삼겠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단순히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수준으로 믿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하나님께서 역사적 활동 가운데 자신들을 선택하시고 언약을 맺으시며 그분의 백성으로 삼으셨음을 확신했습니다. 그 중 출애굽 후 맺은 언약에 대한 기억은 이스라엘 민족 의식의 정수가 되었습니다.


시내 광야


 여기서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금 엉뚱한 질문을 해 보겠습니다.


 "신약은 은혜의 구원을 이야기하고, 구약은 행위의 구원을 이야기한다 ???"


 혹시 설교를 듣다가, 혹은 성경 공부를 하다가 이런 말을 들어 보셨나요? 아마 로마서나 갈라디아서, 혹은 에베소서를 주제로 하며 들은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신약의 교리를 공부하다 보면 그리스도의 은혜를 강조하기 위해 '율법'을 종종 대조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구약=율법=행위' 라는 오해를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의 말은 사실이 아닙니다. 고대로부터 이스라엘 백성들은 다른 어떤 민족보다 -신약의 표현을 빌려- '값없는 은혜' 라는 개념에 익숙했습니다. 왜냐구요? 우리가 앞서 살펴본 바 대로입니다. 하나님께서 이집트에서 신음하던 백성들을 위해 열 가지 재앙을 내리실 때 이스라엘 백성들이 한 일은 무엇인가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홍해를 가르시고 이집트의 기병들을 물 속에 함몰시키셨을 때 이스라엘 백성들은 무엇을 했나요?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그들과 변함없는 언약을 시내산에서 맺으실 때 그들이 고안하거나 수정, 편집한 것들이 있었나요? 전혀 없었습니다.


 그들의 출발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으며, 그들 자신도 그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하나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편' 이라는 생각을 가졌고,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시러 오시는 날에는 -출애굽 시절처럼- 모든 원수들을 벌하시고 우리를 다시 일으키실거야'라는 소망을 그들의 삶 속에 뿌리내린 것입니다.


 이 의식이 얼마나 강했냐 하면, 아모스로부터 예레미야에 이르는 선지자들은 백성들을 깨우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구약의 신앙에 관해 갖고 있는 편견(율법의 종교)은 오해일 수 있습니다. 구약의 언약은 신약에서처럼 항상 은혜의 언약으로 해석되었습니다. (행위에 대한 바울과 다른 사도들의 비판은 구약의 신앙이라기 보다, 그 당시 분위기의 유대교를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유대인들이 율법 준수에 병적으로 매달리게 된 사연은 뒷부분에서 다루게 될 것입니다)




'여호와의 날'이라는 개념에 등장하는 핵심 인물


 이제 한 단계 더 나아가 봅시다. 하나님의 나라를 묘사하는 '여호와의 날'에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잠시 멈추어서 눈을 감고 누구인지 맞춰봅시다.


너무나 많고 확실하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 조금 많은 본문들을 인용하겠습니다.


내가 또 다윗 집의 열쇠를 그의 어깨에 걸어 주겠다. 그가 문을 열면 아무도 닫지 못하며, 그가 문을 닫으면 아무도 열지 못할 것이다. (이사야 22:22, 쉬운성경)


그 날이 오고 그 때가 되면 내가 다윗의 집안에서 의로운 가지가 나게 하겠다. 그는 이 땅에서 옳고 의로운 일을 할 것이다 (예레미야 33:15, 쉬운성경)


내가 그들 위에 한 목자, 곧 나의 종 다윗을 세울 것이요, 그가 그들을 기르고 돌볼 것이다. 그가 그들을 돌보고 그들의 목자가 될 것이다 (에스겔 34:23, 쉬운성경)


그들은 내가 나의 종 야곱에게 준 땅, 즉 너희 조상들이 살았던 땅에서 살게 될 것이다. 그들과 그들의 자녀들, 그리고 그 후손들이 거기서 영원히 살 것이요, 나의 종 다윗이 영원히 그들의 왕이 될 것이다 (에스겔 37:25, 쉬운성경)


그런 뒤에 이스라엘 백성은 돌아와 그들의 하나님 여호와를 찾고 다윗 왕을 따를 것이다. 마지막 날에 그들은 여호와께 나아올 것이며, 주께서 그들에게 복을 주실 것이다 (호세아 3:5, 쉬운성경)


그 날이 오면 내가 다윗의 무너진 장막을 일으키고, 부서진 틈새를 막으며, 무너져 내린 것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 옛날처럼 다시 회복시켜 주겠다 (아모스 9:11, 쉬운성경)


그 날에 나 여호와가 예루살렘에 사는 백성을 지켜 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 가운데서 가장 약한 사람도 다윗처럼 강해질 것이다. 그리고 다윗 집안은 마치 하나님처럼 될 것이다. 그들은 여호와의 천사처럼 되어 백성을 인도할 것이다 (스가랴 12:8, 쉬운성경)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가요? 네, 다윗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묘사할 때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인물은 바로 이스라엘의 전성기를 가져다 준 다윗입니다. 다윗이 유명하고 믿음 좋은 인물이라는 건 다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이 인물이 얼마나 위대하길래 하나님의 나라를 고대할 때 핵심 키워드 인물이 된 것일까요? 이것을 위해서는 약간이라도 이스라엘 역사를 훑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1. 하나님의 나라와 이스라엘 국가 (1)

▷ 1. 하나님의 나라와 이스라엘 국가(2) 에 이어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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